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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 국내주식 리밸런싱 유예 종료 이후 첫 거래일인 1일 코스피가 장중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우려했던 연기금 매도는 실제 수급상 순매도로 나타났지만, 이날 하락 압력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에서 더 크게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국민연금 매도가 본격화할 경우 증시의 관건은 국민연금이 얼마를 파느냐보다 해당 물량을 어느 주체가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오전 11시5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0.22포인트, 1.77% 내린 8326.26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8143.33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약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두드러졌다. 같은 시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76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681억원 순매도했다. 기관 내에서는 금융투자가 4916억원, 연기금 등이 100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736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 매물을 받아냈다. 투신과 사모는 각각 2854억원, 999억원 순매수로 집계됐다.
프로그램 매매도 지수 하락 압력을 키웠다. 같은 시간 코스피 시장 프로그램 매매는 전체 1조6012억원 순매도였다. 이 가운데 비차익거래 순매도가 1조438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비차익거래는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바스켓성 거래 성격이 강한 만큼 대형주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4%대, SK하이닉스는 2%대 하락했다. 삼성전자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대형주도 일제히 내렸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재개에 따른 수급 부담이 외국인 차익실현과 프로그램 매도 흐름과 맞물리며 대형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다만 이날 장중 흐름만으로 국민연금 매도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실제 매도 규모는 장중 확인하기 어렵지만, '연기금 등'은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오전장 기준으로는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가 연기금 순매도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리밸런싱 재개라는 이벤트가 외국인·프로그램 매도와 겹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도 시장 우려 진화에 나섰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SNS를 통해 '국민연금 리밸런싱과 74조 매도 폭탄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국내주식 비중 조절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7월부터 국내주식 비중 조절을 재개한다면서도 매도 시점과 규모, 종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27년까지 20.8%로 유지하고, 추가 조정 여부는 내년 중기자산배분 과정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 수익 제고를 위한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운용한다"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집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직접 '매도 폭탄' 우려를 차단하고 나선 만큼 시장의 관심은 실제 매도 총량보다 집행 속도와 장중 수급 흡수력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현 지수 기준 국민연금이 수십조원 규모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70조원 안팎이라는 숫자는 확정된 매도 계획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허용범위, 지수 수준, 전술적자산배분 활용 여부 등에 따라 실제 매도 필요액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도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이고 전략적자산배분 허용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힌 상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시장의 핵심 변수는 국민연금의 총매도 규모보다 집행 속도와 매수 주체의 흡수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 수천억원 수준의 분산 매도라면 시장 충격은 제한될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나 프로그램 매도와 같은 방향으로 겹치는 날에는 체감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이날 오전장에서도 개인이 1조7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지만, 외국인·프로그램 매도가 동시에 확대되자 코스피는 1%대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대형주 수급도 관건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은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의 경우 국민연금 리밸런싱, 외국인 차익실현, 프로그램 매도가 동시에 몰릴 경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 매도 자체가 지수 방향을 결정한다기보다, 이미 많이 오른 주도주에 대한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 증시는 정책 기대와 수급 부담이 충돌하는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 기업 밸류업, 상법 개정 기대 등은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반면 국민연금 리밸런싱, 외국인 차익실현, 반도체 쏠림 부담은 상단을 누르는 요인이다. 결국 시장은 국민연금 매도 물량을 개인과 국내 기관이 얼마나 받아낼 수 있는지,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흐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7월 초 증시 관전 포인트로 연기금 순매도 규모, 외국인 동반 매도 여부, 개인 매수 지속성, 금융투자·투신의 매수 전환 여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낙폭을 꼽고 있다. 단순히 국민연금이 '얼마나 파느냐'보다 시장 내 어느 주체가 이를 '얼마나 받아내느냐'가 하반기 증시 방향성을 가를 변수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하루아침에 수십조원을 쏟아내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매물 폭탄'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연기금 매도가 외국인 매도, 프로그램 매도와 같은 날 겹치면 지수 대형주를 중심으로 체감 충격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7월 이후 증시는 국민연금이 얼마나 파느냐보다 그 물량을 누가 받아내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