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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의 신용등급 하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한동안 관망 기조를 보였던 신용평가사들이 6월 정기평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등급 조정에 나섰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시적인 실적 개선만으로는 재무부담 확대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신평사들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등급과 등급전망을 잇달아 조정했다.
올해 정평 과정에서 가장 먼저 등급 강등이 이뤄진 LG화학과 여천NCC다.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AA+(부정적)로 유지했다. 여천NCC는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한기평과 한신평 모두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강등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적 수익성 저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차전지 중심의 신성장 사업의 실적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신용등급에 반영됐다. 특히 이차전지와 양극재 생산 설비 확충으로 투자 부담이 커졌다. 순차입금은 2022년 말 7조4522억원에서 2025년 말 22조90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1.4%에서 114.5%로 늘었다.
한기평은 "중단기간 내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통해 2023년 이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기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대표 기업인 LG화학마저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는 것은 업황 부진의 장기화가 신용도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다른 업체들에 대한 신평사의 시각도 한층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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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여천NCC 역시 에틸렌 등 기초유분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됐다. 대규모 영업적자가 이어진 데다 차입금 증가와 현금창출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투자적격 등급 내에서 한 단계 낮은 BBB+로 조정됐다.
직접적인 등급 강등을 피한 기업들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AA- 등급은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화토탈에너지스(AA-), SK지오센트릭(AA-), HD현대케미칼(A), 한화솔루션(AA-) 역시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현재와 같은 업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실제 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1분기 실적 개선에도 신평사들의 신용도 판단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석유화학사들은 3월 이후 유가 하락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래깅(Lagging) 효과와 일부 제품 스프레드 개선으로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평사들이 등급 하향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이를 일회성 요인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원재료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증가했고, 상당수 기업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차입금을 다시 늘려야 했다.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현금흐름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한 셈이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실적보다 지속 가능한 현금창출력이 신용도를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하반기에도 석유화학업종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계속되는 반면 수요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공급 과잉 해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속도 ▲정부의 금융 지원 규모 ▲중국발 공급 과잉 완화 여부 ▲기업들의 투자 축소와 차입금 감축 여부 등이 향후 신용등급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1분기 실적 개선은 래깅 효과에 따른 일시적 성격이 강했고, 업황 회복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적보다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등급 하방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