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만 보인 자본시장…'삼전닉스'에 달린 IB 성적표
입력 2026.07.02 07:00

글로벌 자본시장 반도체·AI 편향 뚜렷
삼전닉스, IB 최우선 관리 대상이지만
AI산업 병목 쥐면서 중요도 훨씬 커져
M&A 및 ADR 등 매머드급 일감 기대

  •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본시장을 관통한 화두는 단연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주도권 경쟁이 반도체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요국 증시 상승으로 연결됐다. 정세 불안에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 빅테크나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AI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자본 집중도는 높아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초대형 증자에 나섰고, 메타 등 다른 빅테크들도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AI나 칩 관련 기업은 높은 상장 몸값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고 반도체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내에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산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두 회사의 주가에 빅테크 주가까지 영향을 받자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빅테크의 자본적지출(CAPEX)이 늘어나는 한 실적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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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행보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원래도 한국 내 IB의 필수 관리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IB 본사도 상시적으로 주목해야 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자본시장이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IB들도 두 회사를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두 기업과 거래 여부가 IB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기가 됐다.

    최근 한국에는 IB가 관여할 만한 대형 거래가 많지 않다. IB들은 대형 사모펀드(PEF) 회수 거래나 대기업의 해외 M&A(아웃바운드) 정도만 관심을 두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도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기업의 확장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IB의 핵심 화두가 됐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Harman) 인수 후 대형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반등한 작년부터 조단위 M&A에 참여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들어서도 첨단로봇과 메디컬 테크놀로지,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분야에서 대형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모두 반도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비반도체' 분야다. 삼성전자는 올해 성과급 노노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회사를 분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비반도체 분야의 덩치를 키워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당분간 연 수백조원의 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 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도움을 받았다. 하만의 독일 ZF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 인수 때는 JP모건이 중개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관련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이 들고 수수료율도 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춰 수수료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추진할 여력이 생기면서 IB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삼성전자를 찾아 해외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7월 중 45조원 규모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미국계 주요 IB가 대거 주관사로 참여했다. 오랜만의 한국 기업 ADR 공모라 난이도가 높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이들 IB가 현지 당국과 원활히 소통해 거래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ADR 상장을 검토할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효과가 확인된다면 삼성전자도 이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투자했던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 역시 내년 중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외국계 IB에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거래는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수행이 어렵다면 적어도 파악은 하고 있어야 한다. 파악조차 못할 경우 본사 차원의 문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문 수수료가 박해도 '상징성' 차원에서 참여해야 하는데, 최근엔 잠재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실질적인 이익도 기대할 만한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AI나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IB의 영업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SK그룹은 국내에서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KKR-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유사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UBS가 SK그룹 측 자문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에 필수인 전력 사업(울산GPS·SK멀티유틸리티)도 투자를 유치했다.

    IB들은 SK하이닉스의 수혜를 입고 있는 SK스퀘어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IB들이 SK스퀘어에 접촉해 SK하이닉스, 반도체 및 AI 관련 분야의 M&A 매물을 제안하고 있다. 올해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부임하며 확장 기회를 더 적극 찾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재무 사정이 좋은 만큼 가격보다는 '시너지 효과'와 '기업결합 승인' 문제를 더 고민할 것이란 평가다.

    삼성SDS는 올해 KKR을 대상으로 1조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로써 IT 서비스 제공자에서 AI 사업의 주축으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졌다. KKR은 향후 6년간 삼성SDS에 M&A, AI 사업 확장 전략 등을 자문하기로 했다. KKR 측의 투자를 도운 모건스탠리가 M&A 자문 수임에서 한 걸음 앞선 가운데, 경쟁사들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