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MOU)가 M&A 성공 보증수표?…협상 장기화에 결렬 사례도 이어져
입력 2026.07.02 07:00

프라이빗 딜 확산에 MOU 활용도 높아져
실사·계약 협상 위한 징검다리 역할 수행
배타적협상권 확보로 거래 불확실성 축소
협상 장기화·가격 차이·시장 변수는 여전
거래 지연·무산 사례도…"MOU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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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합병(M&A)은 시작부터 종결까지 수개월~수년간 지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전에는 마케팅-예비입찰-본입찰-우선협상대상자 선정-본계약 체결 등 정형화된 경쟁 입찰 절차를 거치며 거래 성사 확률이 점차 높아졌다. 최근엔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개별 협상이 늘면서 전보다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양해각서(MOU)는 이런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다. 당사자들은 대략의 거래 조건을 담은 MOU를 체결하고 이후 계약서 문구를 조율해 나간다. MOU를 체결하면 인수 후보자는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하게 되고, 당사자 일방이 거래에서 발을 뺄 위험은 줄어든다. MOU가 거래 성사의 징검다리로 기능하게 된다.

    MOU는 계약보다는 구속력이 약하지만 거래 조건 대부분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보다 구속력이 강한 MOU(binding MOU)를 맺어 거래 성사 의지를 부각하는 경우도 있다. MOU는 이미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당사자들이 본계약을 전제로 체결하는 만큼, 사실상 거래 성사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MOU는 예비 인수자에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해 다른 경쟁자가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며 "실사를 거쳐 거래 무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당사자끼리 서로 이견이 크지 않은 조건을 MOU에 담아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을 줄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MOU는 거래의 당사자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데, 실제론 MOU 체결 후에도 협상이 지연되거나 아예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계약보다는 느슨한 연결고리이다 보니 당사자들의 눈높이를 조율하거나, 급격한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H&Q에쿼티파트너스와 맺은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 MOU를 다시 체결했다. 작년 12월 맺은 MOU 상 우선협상 기간이 만료된 데 따른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매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인데, 시일이 끌릴수록 성사 확률이 낮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는 지난 3월 엠앤씨솔루션 인수를 위한 MOU를 맺었다. 이후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전략적투자자(SI)를 접촉하고 있다. 회사의 실적이 양호하고 당사자들의 의지도 강하다. 다만 대상 회사 주가가 MOU 체결 당시보다 크게 떨어져 있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프랑스 OP모빌리티를 램프사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Non-binding MOU)를 체결했다. OP모빌리티는 현대차그룹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이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지만, 노사 문제로 지연될 여지도 있다.

    MOU 체결이나 우선협상자 선정, 혹은 그에 준하는 단계에서도 거래가 질질 끌리거나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나타난다. 두산그룹은 작년말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반년 넘게 계약 체결 소식이 없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도 작년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협상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우선협상 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MOU 유효 기간이나 우선협상 기간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서 거래 실행 가능성을 키우고, 위약벌 등을 활용해 당사자들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M&A 전문 변호사는 "MOU에 유효 기간과 해지 사유, 귀책 당사자의 위약벌 등 내용을 넣어서 구속력을 높이고 협상이 질질 끌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OU에 이어 본계약까지 체결한 뒤 좌초되는 거래도 나온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24년말 롯데렌탈 인수 binding MOU, 이듬해 3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지 못했고, 올해 계약을 해지했다. MOU의 구속력이 높아도 규제 환경 변화까지 넘을 수는 없었다.

    이 외에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 MOU(작년 5월 체결), 필리핀 졸리비의 노랑통닭 인수 MOU(작년 6월)은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실효됐다. 전자는 당사자 일방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백지화됐고, 노랑통닭은 당초 합의했던 가격을 두고 실랑이가 이어진 끝에 테이블이 치워졌다.

    또 다른 M&A 전문 변호사는 "본계약 전에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MOU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로 프라이빗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활용되지만 MOU 이후 의견 조율에 실패하거나 거래 환경이 달라지는 경우엔 거래가 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