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한마디에 무너진 반도체 '투톱'…코스피 7800선까지 후퇴
입력 2026.07.02 10:54

코스피 장중 5.9% 급락…올해 30번째 사이드카 발동
마이크론·장비주 급락 여파에 삼성전자·하이닉스 동반 약세
"AI 수요 훼손보다 쏠림 되돌림"…高환율·외국인 매도는 부담

  •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메타가 남는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우려로 번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를 웃도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까지 겹치며 코스피는 장 초반 7800선까지 밀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보다 6% 가까이 하락하며 7800선에서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7700선 초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4% 넘게 하락하며 88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급락세가 커지면서 이날 오전 9시7분께 코스피200선물지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6% 넘게 하락한 상태였다. 올해 들어 사이드카 발동은 30회째로, 매도와 매수가 각각 15회씩이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하락 구간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수급 부담도 컸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도 2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6% 안팎, SK하이닉스는 7% 넘게 하락했다. SK스퀘어는 8% 안팎, 삼성전기는 10% 안팎 밀렸다. 삼성전자우와 삼성SDI,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으로 매물이 확산했다.

    코스닥도 사정은 비슷했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순매도에 나섰고, 개인과 기관이 이를 받아내고 있다. 상승 종목은 300개대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1200개를 넘어섰다. 알테오젠 등 일부 바이오주는 강세를 보였지만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주성엔지니어링, 리노공업, HPSP 등 2차전지·반도체 장비주는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반도체주 조정이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넘게 급락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가 각각 10% 넘게 하락했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반도체 장비주도 큰 폭으로 밀렸다. 2분기 급등했던 메모리와 AI 인프라 관련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다.

    특히 메타가 AI 컴퓨팅 파워와 AI 모델 접근권을 외부에 판매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데이터센터 장비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빠르게 출회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을 AI 수요 훼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타는 최근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다, 외부 임대를 검토하는 자원 역시 최신 블랙웰 계열이 아닌 A100·H100 등 구형 연산 라인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자원을 활용해 투자비를 회수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방어하려는 전략일 뿐 AI 인프라 투자를 중단한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졌고,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속도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방향성은 유지되더라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던 수급도 빠르게 되돌려지는 모습이다.

    환율 역시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를 웃돌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증시 수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3개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75조원을 넘어선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가 컴퓨팅 자원 임대를 검토한다는 뉴스가 AI 수요 둔화 우려로 번졌지만, 실제로는 메타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단하거나 수요 부족을 느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임대 대상도 A100·H100 등 구형 연산 라인인 만큼 이번 조정은 AI 수요 훼손보다는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빅테크 비용 부담과 그동안 누적된 반도체 쏠림의 되돌림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