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USD, 비자·마스터가 판 깔자…신한·삼성·두나무, 각자 이유로 올라탔다
입력 2026.07.02 15:04

코인 곁눈질
서클 견제 나선 달러 스테이블코인 연합
카드사, 결제망 변화에 선제 대응
'동맹' 맺었지만 참여 유인은 제각각
달러 코인 활용, 제도 정비가 관건

  •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pen USD)'에 삼성전자와 신한금융, 두나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참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국내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기보다, 비자·마스터가 구축하는 차세대 결제 인프라에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올라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오픈스탠다드(Open Standard)는 지난달 30일 140여개 기업과 함께 새로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결제·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들이 참여한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신한금융그룹, 두나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한화생명 등이 참여했다. 카드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가 참여사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오픈USD 출범을 서클 중심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대한 견제 움직임으로도 보고 있다. 테더의 USDT는 가장 큰 유통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준비자산 투명성과 규제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부담으로 거론돼 왔다. 이 때문에 기관 결제 영역에서는 규제 친화성을 내세운 서클의 USDC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USDC 생태계와 접점이 있던 기업들도 참여했다. 코인베이스는 과거 서클과 함께 USDC 확산에 관여해온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이고, 스트라이프는 글로벌 온라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여기에 비자와 마스터카드까지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오픈USD는 기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뿐 아니라 결제·유통 인프라 기업들이 함께 만든 대항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오픈USD 공개 이후 서클 주가가 하락하며 시장도 경쟁 구도 변화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자·마스터가 먼저 손짓…카드사들 "빠질 수 없다"

    국내 카드사들의 참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먼저 주요 카드사들에 참여를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주도했다기보다,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 사업자가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존 파트너사들을 끌어들인 구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국내 카드사들에 오픈USD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비자·마스터가 주도하는 결제망에 연결돼 있는 기관들이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카드사 중심으로 이름이 올라간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해외결제와 기업 간 정산, 플랫폼 결제, AI 기반 에이전트 커머스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기존 카드 승인·정산망을 거치지 않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오픈USD 참여가 당장 새로운 수익사업이라기보다 향후 결제망 변화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방어적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곧바로 카드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관리, 정산, 후불 결제, 포인트와 인센티브 설계 등 기존 결제 생태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갖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단기간에 전국 가맹점망과 정산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송금에는 강점이 있지만, 가맹점 정산이나 후불 결제, 회원 인센티브까지 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초기에는 카드사와 제휴하면서 정산·가맹점 관리 영역을 활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유통·정산 영역에서 역할을 찾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결제망이 우회될 가능성에 대비해 초기에 카드사의 역할을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안에 심어두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신한은 지주 차원 옵션 확보…원화 스테이블코인 대체는 아냐

    신한금융의 참여는 카드사들과 결이 다르다. 다른 국내 참여사들이 대체로 카드사 차원에서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신한은 금융지주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특정 사업 추진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에서 향후 디지털자산 전략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오픈USD의 구체적인 사업 구조와 참여사별 역할, 투자 방식 등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신한금융이 지분투자나 발행 참여를 확정한 단계도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기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모두 염두에 두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조건이 정해졌다기보다 함께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가깝다"며 "이 프로젝트 하나에 베팅한다기보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확보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금융 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관련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도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대체하는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 입장에서 원화 기반 결제 인프라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라며 "다만 해외 결제나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고려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도 선택지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린 참여 구조…금융사·핀테크 후속 참여 가능성도

    오픈USD 참여사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픈스탠다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의사를 남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공개된 국내 참여사 명단을 확정된 폐쇄형 컨소시엄으로 보기보다 초기 참여사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금융지주는 현재 카드 계열사가 비자·마스터카드 네트워크 차원에서 참여한 구조지만, 필요할 경우 은행이나 그룹 차원의 추가 참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오픈USD가 특정 참여사만의 폐쇄적 컨소시엄이라기보다, 초기 참여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개방형 프로젝트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질 수 있다. 기존 서클 중심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업체들이 오픈USD를 새로운 참여 창구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핀테크 업체들이 참여 신청 절차나 프로젝트 구조를 살펴보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월렛, 두나무는 성장동력…참여 이유 제각각

    다른 참여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디지털자산 생태계 확대와 삼성월렛 전략의 연장선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코인베이스 앱 내 삼성페이 결제 연동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갤럭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삼성월렛에서 코인베이스 원 혜택과 암호화폐 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협업도 진행했다. 오픈USD 참여 역시 모바일 월렛 기반 디지털 결제 생태계 확장 차원으로 해석된다.

    두나무는 거래소 수수료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 중개 수익이 둔화할 경우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인프라 시장은 다음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두나무가 여러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에 발을 걸치는 것도 향후 거래소 이후의 성장 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한화생명도 디지털 금융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험금 지급, 해외 결제,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서비스 등과의 연계 가능성을 살피는 성격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오픈USD 참여라고 해도 각 기업이 보는 지점은 다르다"며 "카드사는 결제망 방어,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의 옵션 확보, 두나무는 성장동력, 삼성전자는 월렛 기반 생태계 확장이라는 각자의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용은 아직 안갯속…법제화가 관건

    다만 국내 기업들이 오픈USD에 참여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결제·송금 사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USD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활용처는 해외결제나 글로벌 정산, 플랫폼 기반 결제 인프라에 더 가까울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발행·유통·결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본격화되려면 디지털자산법뿐 아니라 결제·송금 관련 규율, 외환 규제 등 여러 법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발행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기업이 서비스에 활용할 경우 외환거래, 자금세탁 방지, 이용자 보호 등과 맞물린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발행만 규율하고 유통을 규율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실제 서비스를 하기 어렵고, 반대로 유통 규율만 있어도 발행 체계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자산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외국환거래법이 함께 정비돼야 국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발행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문제도 별도 쟁점이다. 외국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송금에 쓰일 경우 외환거래와 자금세탁, 자본유출 관리 문제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역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오픈USD 참여는 당장 국내 사업화보다 글로벌 결제 질서 변화에 대비한 선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판을 깔았고, 국내 기업들은 같은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각자 노리는 지점은 달랐다. 여기에 추가 참여도 열려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의 후속 참여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