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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AI·반도체 쏠림이 심화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반도체 외 신상품 출시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증시 상승으로 ETF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신규 자금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AI·반도체 밸류체인으로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ETF 시장에서는 AI·반도체 테마가 자금 유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최근 자금 유입 상위 ETF 10종목 가운데 반도체 관련 상품이 7종목을 차지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에는 3조5545억원이 유입됐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도 각각 2조7512억원, 1조9119억원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도 1조8855억원이 몰려 자금 유입 상위 4개 상품 모두가 반도체 테마 ETF였다.
이 밖에도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에는 1조2965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1조1006억원,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HBM반도체'에는 8739억원이 유입됐다. 자금 유입 상위 10개 ETF 가운데 7개가 AI·반도체 관련 상품인 셈이다.
이 같은 자금 집중의 배경에는 반도체 업종의 압도적인 수익률이 있다. KRX 자동차 지수는 29.38% 하락했고, KRX 철강(-29.92%), 건설(-26.91%), 헬스케어(-15.12%) 등 주요 산업 지수도 큰 폭으로 밀렸다. 대표적인 경기방어 업종으로 꼽히는 KRX 필수소비재(-10.89%)는 물론 KRX 은행(-4.58%)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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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면 반도체 강세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했다. KRX 반도체 지수는 올해 3월을 제외하고 매월 상승했다. 특히 1월(43.39%)과 4월(42.75%)에는 40% 넘게 올랐다. 반도체 대형주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다른 산업군은 동반 부진하면서 지수 상승과 체감 장세의 괴리도 확대됐다. 반도체 강세가 ETF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유입된 자금이 다시 관련 종목으로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쏠림이 비(非)반도체 테마 ETF 신상품 공급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ETF 시장은 불과 반년 만에 순자산 규모가 300조원에서 500조원으로 커졌지만 자금 유입의 상당 부분은 AI·반도체 테마에 집중됐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테마를 출시할 유인은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주요 운용사들이 선보인 비반도체 테마 상품은 제한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전고체배터리ESS TOP2플러스'와 'KODEX 현대차로보틱스밸류체인TOP3플러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코스닥액티브', 신한자산운용은 'SOL 우주항공밸류체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IWOOM 미국우주데이터센터인프라' 등을 출시하는 데 그쳤다.
이들 산업은 중장기 성장성과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분야지만 최근처럼 산업별 수익률 격차가 커진 장세에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AI·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하지 않는 테마는 초기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운용사 입장에서도 신상품 출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ETF 신상품의 성패가 상장 이후 초기 자금 유입으로 결정되는 만큼 흥행 가능성이 낮은 테마를 무리하게 출시하기보다 기존 AI·반도체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올해 하반기 ETF 시장도 결국 AI·반도체가 사실상 대부분의 자금을 흡수할 것으로 보여 아무리 유망한 산업이라도 반도체 외 테마는 판매 논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며 "신상품은 상장 이후 자금이 붙고 거래가 유지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산업별 성과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장세에서는 운용사들도 무리하게 새로운 테마를 내기보다 기존 반도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