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發 증시 랠리 후폭풍…일부 공제회 신규 투자 검토 중단
입력 2026.07.06 07:00

회원 자금 주식시장 이동에 투자 재원 급감
일부 공제회, 7월부터 신규 투자 검토 전면 중단
대체투자부터 직격탄…딜 축소·집행 연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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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증시 강세로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일부 공제회가 신규 투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부터 투자 속도와 집행 시점을 조절하며 보수적인 자금 운용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회원 자금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신규 약정까지 잠정 보류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공제회는 이날부로 신규 투자 검토를 전면 중단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7월 1일자로 신규 약정을 추진하던 딜(Deal) 검토를 중단한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증시 활황에 따른 회원 자금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계획대로 투자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원 기금을 모아 자금을 운용하는 공제회는 자금 유입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매년 들어오는 회원 자금과 수익금을 바탕으로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은 물론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PE) 등 대체투자 전반에 자금을 배분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원 자금의 유입세가 주춤해지면, 전반적인 신규 투자 재원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 올해 초부터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증시 활황이 지속되면서 공제회의 유동성 확보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급등하자 공제회 예탁성 상품을 해지하거나 재예치하지 않고, 직접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옮겨가는 이탈 현상이 본격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유입세의 둔화가 뚜렷해진 반면, 일선 창구에는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문의가 빗발치면서 공제회들의 자금 운용 압박이 한층 심화된 상태다.

    회원 자금은 퇴직급여 성격의 '장기저축급여'와 증시 상황에 민감한 '예탁성 자금(목돈수탁·목돈급여)'으로 나뉜다. 주요 공제회는 자산 구조상 예탁성 자금의 비중이 큰 편이다. 실제로 2025년 6월 말 기준 군인공제회의 목돈수탁금 비중은 총자산의 58%, 과학기술인공제회의 목돈급여부담금 비중은 전체 회원부담금의 43%에 달한다. 증시 상황에 영향이 큰 자금 비중이 절반 안팎을 차지하다 보니, 최근의 자금 이탈 여파가 신규 투자 재원 둔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회원들이 납입하는 자금이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올해 투자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증시 불장 여파로 억 단위 목돈까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예상보다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체감상 신규 유입 규모가 예년의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라며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대기 자금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 상반기 내내 자금 감소세가 이어지며 유입 회복이 더딘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유입 정체는 특히 대체투자 부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 대체투자 부문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즉각적인 자금 회수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이기 때문이다. 주식·채권은 만기 회수나 자산 매각을 통해 재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지만, 대체투자는 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어 신규 유입 자금이 끊기면 투자 집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상당수 공제회는 연초부터 투자 속도 조절과 집행 시점 연기 등으로 대응해 왔으나, 자금 이탈이 상반기 내내 이어지면서 신규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약정 자체를 보류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딜의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줄이거나, 일부 기관처럼 신규 약정 검토 자체를 당분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한 대형 공제회 관계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긴 하지만, 회원 유입 규모가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주식에서 회수한 자금을 부동산, 인프라 투자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신규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더라도 상당수 공제회가 당초 계획했던 투자 건수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건당 투자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매달 안정적으로 기금이 들어오는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과 달리, 회원 예탁금 비중이 높은 공제회들은 업권을 가리지 않고 공통된 문제를 겪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제회들은 유동성 방어를 위해 특판 상품 출시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부 기관은 최근 예금형 목돈수탁저축 금리를 전격 인상하며 자금 유치에 나섰다. 다만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성(守城)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과의 기대수익률 격차를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