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서남권 투자발표에 지역펀드 가진 VC도 '들썩'
입력 2026.07.06 07:00

호남·충청 중심 반도체 투자 청사진에
VC들, 지역펀드 활성화 가능성에 주목
모태·성장펀드도 지역 활성화 힘 실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경제 전반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도 지역 투자 환경의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투자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AI 생태계가 조성되면 지역펀드의 투자 기회도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호남에 제2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삼성은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원, 비수도권에 625조원을 투자한다. 호남에는 광주 신규 반도체 팹을 중심으로 425조원, 충청에는 HBM·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140조원, 영남에는 로봇·AI 데이터센터·전고체 배터리 등에 6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생산벨트 구축에 총 1100조원을 투자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600조원, 청주에는 낸드 신규 팹과 HBM 패키징 강화를 위해 100조원, 서남권에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에 400조원을 투입한다. 

    실제 첫 삽을 뜨기까지는 작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투자 규모와 입지, 전력·용수 확보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있는 시나리오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 노조도 투자 계획과 관련해 사측과의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파급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이 이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VC업계에서도 지역펀드의 운용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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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역펀드는 그동안 VC업계에서 선호도가 낮은 분야로 꼽혀왔다. 특정 지역 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보다 투자 대상이 적어 딜 소싱 부담이 있었다. 심사와 사후관리를 위해 지역을 오가야 하는 경우도 많아 시간과 비용 부담도 작지 않았다. 투자 이후 후속 투자 유치나 회수(Exit)도 수도권 기업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지역펀드 집행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호남과 충청권에서 관련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구개발 조직 등 차세대 성장 가능한 시장이 함께 성장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펀드는 대전권에서 그나마 활발하게 집행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딥테크와 반도체 기업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지역펀드 자금도 이쪽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만큼 관련 산업 생태계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들은 장기적으로 투자 외연이 넓어질 수 있을지 살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정부 출자사업도 지역펀드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부터 모태펀드 일반 계정에는 지역투자 20% 의무가 새로 들어갔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기업에 펀드 약정총액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 투자를 더 많이 하겠다고 제안하는 운용사는 선정 과정에서 우대받는다. 지역 기업에 투자한 실적이 좋은 운용사는 추가 성과보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성장펀드도 비슷한 흐름이다. 올해 2차 출자사업에는 지역 전용 분야를 포함됐다. 해당 리그에만 37개 운용사가 지원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성장금융은 직접 지역 투자 경험이 있는 VC들을 중심으로 리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른 VC 대표는 "당장 투자처가 생기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와 AI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가능성은 있다. 지역펀드를 가진 운용사 입장에선 이전보다 관심 있게 볼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