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나왔다…물적분할시 3%룰 적용ㆍ특례심사 도입
입력 2026.07.06 12:03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평가·보호방안 등 5대 의무 부과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동의 필수…일반 자회사는 개별심사
자산·매출·영업익 모두 10% 미만이면 주주동의 면제 가능
해외상장에도 동일 적용…의무 위반 시 최대 10억원 위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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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침의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상장이 막힌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동의까지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지분율의 3%까지만 의결권으로 인정하는 '3%룰'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과 거래소 상장·공시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되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와 자회사의 독립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오는 1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행된다.

    새 기준은 상장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종속회사와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 적용된다. 모회사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해당 계열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손자·증손회사도 포함된다. 상장 직전 지분을 조정해 규제를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1년 이내 해당 관계에 있던 회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가 부과된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현금·현물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후 주주와 소통하거나 주주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자회사 상장에 대한 찬반을 결의하고 결과를 자회사에 통지·공시해야 한다. 주주표결을 실시하지 않으면 그 사유도 공시해야 한다.

    이 과정은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나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고 독립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독립이사와 외부 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모회사 이사회의 찬성 결의가 없으면 자회사는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심사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

    주주동의의 강도는 자회사 설립 경위와 모회사 내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상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거래소는 주주동의 의무가 적용되는 물적분할 자회사 범위에 영업양도와 현물출자 등을 포함했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아닌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주주 보호 노력을 충분히 이행한 것으로 추정한다. 주주동의가 없어도 상장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조달 필요성, 대체 조달수단, 모·자회사 관계 형성 과정, 지분 희석 정도와 주주 보호방안 등을 거래소가 개별적으로 심사한다.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나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가 주된 상장 목적일 경우에는 더 높은 수준의 주주 보호가 요구될 전망이다.

    주주동의에는 감사위원 선임 때 적용되는 3%룰을 준용한다. 3%를 초과해 보유한 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며,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의 보유 지분을 합산해 계산한다. 제한된 의결권을 기준으로 출석 주식의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일반주주 과반의 동의를 별도로 요구하는 'MoM(Majority of Minority)' 방식은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채택하지 않았다.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자회사의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이 모회사 대비 모두 10% 미만인 경우다. 자산은 최근 사업연도 말,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비중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만 자회사의 예상 기업가치가 모회사 시가총액의 10%를 넘는 등 중요 자회사로 판단되면 동의 면제를 받을 수 없다. 저비중 자회사라도 물적분할로 설립됐다면 주주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 심사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모·자회사의 제품과 서비스, 시장, 매출처, 사업모델이 사실상 같은지와 자회사가 독자적인 연구개발·제품 기획·가격 협상 능력을 갖췄는지를 살핀다. 자회사 매출이나 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에서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영업 독립성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산업구조상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하고 원가 절감이나 공급 안정성 등 효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가 가능하다.

    경영 독립성 심사에서는 모회사 최대주주와 임직원의 자회사 임원 겸직, 독자적인 인사·경영관리 조직 보유 여부, 생산·판매·투자·자금조달 등 주요 의사결정이 자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지를 확인한다. 자회사 이사회 안건이 사실상 모두 모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독립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자회사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하면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 위약금과 하루 동안의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위약금 기준액은 모회사 시가총액에 따라 2억~8억원으로 정하고 의무 위반의 중요성에 따라 25%를 가중하거나 감경한다. 공시의무 위반으로 벌점이 누적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상장사가 단순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을 재상장하거나 이미 상장된 자회사를 보유한 비상장 모회사가 상장하는 경우에는 중복상장 특례심사가 적용되지 않는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도 제외된다. 일반적인 상장 질적심사는 그대로 받는다.

    금융당국은 기업별 사업구조와 상장 필요성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정량 기준보다는 사안별 심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실제 심사 사례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완·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