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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상반기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랠리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열기가 맞물리며 ETF 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영향이다.
다만 시장을 키운 반도체 쏠림은 동시에 하반기 ETF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수급이 집중되면서 운용사별 전략도 점차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상반기 ETF 시장의 승자는 삼성자산운용이었다. 'KODEX 200' 등 국내 대표지수와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자금 유입이 KODEX 상품군으로 집중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반면 중위권에서는 KB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KB운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채권을 결합한 혼합형 상품으로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내줬던 3위 자리를 되찾았고, 액티브 ETF를 앞세운 타임폴리오는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AUM)은 512조4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인 1월2일 298조2461억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214조1619억원 늘었다. 국내 증시 상승과 개인 투자자의 ETF 투자 확대, 단일종목·테마형 상품 출시가 맞물리며 시장 규모가 단기간에 불어났다.
운용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이 200조7835억원으로 1위를 유지했다. 전체 ETF 시장 내 점유율은 약 39.2%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58조6517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며 점유율 31.0%를 나타냈다. 양사 모두 상반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AUM 차이는 연초 16조1374억원에서 6월 말 42조1318억원으로 확대됐다.
삼성운용의 약진은 국내 증시 랠리와 맞물려 있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을 이끈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KODEX 200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대표 상품군도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ETF 시장이 커지는 국면에서 브랜드 경쟁력과 유동성, 대표지수 라인업을 갖춘 1위 사업자의 강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운용도 연초 98조138억원에서 158조6517억원으로 60조6379억원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삼성운용 증가액인 86조6323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대표지수 ETF에서 삼성운용과 정면 승부를 이어가기보다 글로벌 ETF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TIGER 미국 대표지수와 해외 테마형,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을 통해 해외 투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ETF 시장 1·2위 경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국내 ETF 점유율 확대가 양사의 핵심 경쟁 구도였다면, 최근에는 삼성운용이 국내 대표지수 시장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는 사이 미래에셋운용은 글로벌 ETF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래에셋 3.0'을 발표하며 글로벌 ETF를 그룹의 핵심 상품 엔진으로 제시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성숙할수록 해외 자산 투자 수요 역시 함께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위권에서는 KB자산운용의 반등이 눈에 띈다. KB운용의 ETF AUM은 연초 20조9773억원에서 6월 말 37조8148억원으로 늘었다. 출시 약 4개월 만에 순자산 4조2000억원을 모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ETF' 흥행이 주효했다. 반도체 대형주 상승에 참여하면서도 채권을 함께 편입해 변동성을 낮춘 전략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5조3830억원에서 36조4514억원으로 증가했다. 연초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앞섰지만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KB운용이 근소한 차이로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자산운용도 반도체 테마 ETF를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올해 3월 출시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가 출시 3개월여 만에 순자산 7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신한운용의 ETF AUM은 연초 12조1033억원에서 26조311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같은 기간 7조9275억원에서 12조8109억원으로 성장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약진도 상반기 ETF 시장의 주요 변화다. 6월 말 기준 타임폴리오운용의 ETF AUM은 9조9426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패시브 ETF 중심 시장에서 액티브 ETF를 앞세운 운용사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사례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순 지수 추종보다 운용역의 종목 선별 능력과 리밸런싱 역량을 강조하는 액티브 ETF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ETF 시장의 최대 변수 역시 반도체다. 상반기에는 AI 투자 확대 기대와 코스피 랠리가 맞물리며 반도체 ETF와 국내 대표지수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 확인 과정과 미국 금리, 환율, AI 투자 사이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운용사 경쟁이 '반도체 이후를 어떻게 준비했느냐'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자금이 글로벌 자산, 채권 혼합형, 액티브 ETF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운용사별 전략 차별화가 성과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ETF 시장은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 수급을 누가 더 많이 흡수했는지의 경쟁이었다"며 "하반기에는 반도체가 여전히 핵심 테마이지만 변동성이 커진 만큼 국내 대표지수, 글로벌 ETF, 채권혼합, 액티브 ETF 등으로 운용사들의 경쟁 축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