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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팽창하며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경쟁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ETF 상품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상장 ETF 상품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약 4조원) 대비 5배 이상 폭증한 수준이다. ETF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 전체의 약 7% 수준에 머물러있지만, 거래대금 비중은 30%를 넘어선 모습이다.
ETF 수요에 맞춰 증권사들의 리테일 영업 전략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 고회전·고수익 ETF 상품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정 테마로 쏟아지는 수급을 받아내며 브로커리지 수익과 고객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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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한투증권은 해외 고객 기반과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판매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직접전용주문(DMA) 채널을 활용해 레버리지 상품 초단기 매매를 선호하는 외국인 수급을 대거 흡수한 모습이다. DMA는 일반 주문보다 체결 속도가 빠르고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거래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기존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부문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주식 거래 약정 점유율을 보면, 여전히 키움증권(16.8%)이 '1강 체제'를 굳히고, 미래에셋증권(10.3%), 한투증권(9.2%), 삼성증권(7.6%), NH투자증권(7.4%)이 뒤를 잇는다.
다만, ETF 거래를 합산하면 키움증권(15.4%)과 한투증권(12.1%)의 거래 점유율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NH투자증권(8.7%) 역시 삼성증권(7%)을 따돌리고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고객 인프라와 함께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시장 주도 흐름이 ETF 성장세와 함께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증권사들은 ETF 판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치열한 '시딩(초기자금)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신규 ETF가 상장할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기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경쟁력 있는 운용사 ETF 상품 지분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호가 관리 등 LP 리스크 관리를 위해 특정 증권사에 물량을 몰아줄 수는 없다"면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나 과거 인기 상품 출시 사례를 보면, 시딩 자금 투자 규모에 따라 증권사 물량 배정이 차등화되는 경우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 증권사 위주로 수요가 높은 ETF 상품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한다. LP의 헤지 역량이 아닌 대형 증권사의 영업력과 자본력으로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예컨대 미국은 지정참가회사(AP) 자격을 갖춘 은행 등 시장조성자들이 상품 운용 역량에 따라 자유롭게 ETF를 환매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폐쇄된 LP 참여 구조 속에서 국내 증권사가 대형 운용사의 눈에 들기 위해 자본력을 동원한 영업 경쟁만 펼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ETF 상품 물량을 대거 확보하는 것이 브로커리지 수익 수수료 증가로 항상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퇴직연금 계좌 내 ETF 매매 수수료 무료화 움직임 등 리테일 수수료 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순 약정 점유율 수치보다 그 너머의 전략적 가치를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증권사가 ETF 상품 거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은 브로커리지 수익 확보를 위한 단기적 '출혈 경쟁'이 아니라, ETF 고객을 장기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유인하기 위한 '수싸움'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 거래 경쟁력은 고객이 편리하게 ETF를 거래하고 장기적으로 자산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MTS 등 매체를 중심으로 ETF 투자 콘텐츠 확대, 투자 정보 제공, 거래 편의성 개선, 다양한 이벤트 운영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P 역량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ETF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LP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개별 ETF에 대한 단순 헤지를 넘어 다양한 ETF와 기초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헤지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물과 선물을 비롯해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한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자동화된 헤지 시스템과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