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놓친 한화·HD현대…단기 실적·주가 부담 불가피
입력 2026.07.07 09:31

캐나다 잠수함, 독일 우협 선정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은 고배
증권가, 주가 낙폭 커질 것 점쳐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 방산 수출 기대감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계약만 20조원, 향후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평가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을 꾸려 독일 TKMS와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한화오션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부족했다"며 "이번 수주 경쟁에서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또한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략적 판단의 성격이 강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두 업체 모두 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NATO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 등이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힘을 얻는다. 

    캐나다 정부와 TKMS의 최종 계약까지는 6개월에서 18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다시 협상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 협상 상대가 변경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7일 오전 9시 15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2.31% 하락한 9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 기대감에 전날 8% 넘게 급등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전일 대비 7.72% 빠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다.

    한 조선업 담당 연구원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수개월 전부터 조선주 투자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며 "이번 결과가 확인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가 국내 조선사들의 중장기 해양 방산 매출 목표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은 2023년 8월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초격차 방산 역량 확보를 위한 자금 사용 계획을 제시했고, 2030년 연간 특수선 매출 목표로 4조원을 내놨다. HD현대중공업도 같은 시기 함정 생산시설 확충 방안을 밝히며 2030년 함정 매출 목표로 7조원을 제시했다.

    강 연구원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이 같은 매출 목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가능성이 일정 부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독일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재 양사의 2030년 해양 방산 매출 목표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에도 여파가 번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8.71%, 한화시스템은 16.19% 하락하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성사될 경우 그룹 차원의 연결 실적 개선뿐 아니라 방산 패키지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사 방산업 담당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세일즈에 나서왔다. 그래서 수주에 실패할 경우 계열사도 함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투자자 사이에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무리해서 지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비용 부담도 변수다. 한화그룹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부터 현지 마케팅과 홍보, 해외 방산 전시회 참가, 연구개발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왔다. 캐나다 정부 및 기업에 내놓은 협력 방안들을 어떻게 회수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다른 증권가 조선업 연구원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매출에 반영되려면 2030년 이후였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판관비 등 사업을 따내기 위해 두 회사가 지출한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은 있다"고 했다. 

    이번 결과로 국내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대형 특수선 이벤트는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장기간 표류했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승기를 잡았고,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독일 TKMS 품에 안기게 됐다. 함정 수출을 기반으로 한 국내 조선사들의 성장 스토리도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후속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필리핀과 그리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페루 등에서 잠수함 도입 사업이 예정돼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다음 수주전은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