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조달마다 등장한 한화시스템…역할 커진만큼 투자자 시선도 깐깐
입력 2026.07.07 10:27|수정 2026.07.07 10:29

당국 압박에 유증 축소한 한화솔루션 연구소 매입
그룹사 AI 데이터센터 운영 및 투자도 도맡아
23조원 규모 투자계획 속 중심 역할 확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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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시스템이 최근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자금조달 과정마다 핵심 역할을 맡으면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 지분 유동화를 통해 1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한화솔루션 미래기술연구소를 인수하고 그룹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맡는 등 그룹 미래사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시스템이 그룹의 미래 투자를 뒷받침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상장사의 주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는 한화시스템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한화시스템은 ㈜한화가 보유한 판교 한화미래기술연구소를 약 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화시스템 측은 "임차 종료를 앞둔 연구시설을 자체 보유함으로써 연구개발(R&D)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방산·우주·전자광학 연구 역량을 한 곳으로 집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추진 중인 안성 제2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한화시스템은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시행은 한화솔루션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담당하지만, 준공 이후 시설 운영은 한화시스템이 책임임차(마스터리스) 방식으로 맡는다. 해당 시설은 그룹 재해복구(DR)센터이자 AI 활용을 고려한 데이터센터로 설계됐다.

    한화시스템이 이달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도 시장의 관심을 키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약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약 20조원은 우주사업에, 3조원은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한화오션 지분 유동화 건과 연결해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유동화해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확보한 자금은 그룹 투자와 회사 자체 투자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향후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에서도 한화시스템이 핵심 투자 주체로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화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나 자산 재편 흐름을 보면 현금 동원력이 있는 상장사인 한화시스템이 향후 AI나 우주 분야 투자에서도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계열사 지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사업들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대부분 맞닿아 있다.

    앞서 한화시스템은 올해 방산 수출 확대와 우주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올해 1분기 방산 수출 비중은 약 30%로 지난해 연간 대비 높아졌으며, 폴란드 K2 전차 후속 사업과 중동 방공체계, 레이저 무기, 대드론 체계, 위성사업 등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주사업 역시 정부 초소형 위성 사업과 통신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럽 위성업체들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며, AI 데이터센터 역시 국방 AI와 연계한 핵심 성장축이라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업계 역시 방산 중심의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현재 재무여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한화오션 PRS를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라는 점도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장사인 한화시스템이 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에서 반복적으로 핵심 역할을 맡는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전보다 민감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화시스템 주가는 최근 한 달간 8%가량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 고점 대비로는 절반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방산주 차익실현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친 가운데,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이후 그룹 차원의 자본배분과 계열사 간 투자 구조를 이전보다 면밀히 살펴보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릴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AI·우주·방산 등 미래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은 향후 추가 투자 과정에서 상장사 주주가치와 투자 수익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 함께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시스템의 경우 그룹사 시너지를 노려 투자하는 사업들이 많은 것이 기회이자 위험 요소"라며 "미국 필리조선소 정상화 등이 계획대로 이어져야 현재의 투자 부담도 자연스럽게 희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