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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닥벤처펀드가 발행사가 투자자 보유분 전량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 100%' CB까지 잇달아 담고 있다.
모험자본 확대 기조로 메자닌 투자 수요가 커진 가운데 발행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낮은 금리와 불리한 옵션 조건까지 수용되는 발행사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CB 발행액은 5조6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39억원보다 176.5% 증가했다. 삼성SDS가 발행한 1조2200억원 규모 CB를 제외해도 4조459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7.1% 늘었다. 초대형 거래 한 건을 빼더라도 발행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조달금리는 오히려 낮아졌다. 삼성SDS 발행분을 제외한 올해 상반기 CB의 발행액 가중평균 만기보장수익률은 2.04%로, 지난해 상반기 2.87%보다 0.8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닥 상장사 3곳에서 콜옵션 100% CB가 발행됐다. 비나텍은 지난 3월 410억원, 차이커뮤니케이션은 4월 100억원, 상신이디피는 5월 1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세 CB 모두 발행사 또는 발행사가 지정한 자가 각 투자자 보유분의 100% 범위에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나텍 CB는 43개 코스닥벤처펀드가 410억원 전액을 나눠 인수했고, 상신이디피도 15개 코스닥벤처펀드가 100억원 전액을 담았다. 차이커뮤니케이션은 발행액 100억원 가운데 코스닥벤처펀드로 확인되는 10개 상품이 80억원을 인수했다. 나머지 20억원도 벤처기업 투자·공모주 관련 사모펀드가 받아갔다. 세 회사가 발행한 총 610억원 규모 CB가 모두 벤처투자 관련 펀드에 소화된 셈이다.
콜옵션 100%가 붙으면 발행사는 주가 상승으로 CB의 전환가치가 커졌을 때 투자자 보유 채권을 전량 회수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부진하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도 된다. 투자자는 전환차익이 제한되는 반면 발행기업의 신용위험은 그대로 부담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 돈은 많고 증권사들은 거래를 따내려고 경쟁하다 보니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리나 수수료를 양보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에 적용되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코스닥벤처펀드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중소·중견·벤처기업이 발행한 증권과 대출채권,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펀드, 소재·부품·장비 펀드의 출자지분과 대출채권 등도 모험자본으로 인정한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설정 후 일정 기간 안에 벤처기업 신주 등에 자산의 일정 비율을 투자해야 세제 혜택과 코스닥 공모주 우선배정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CB 발행량보다 의무투자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운용사들이 전환차익이 제한된 상품까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일정 시점까지 신주 투자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좋은 조건의 CB만 기다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힌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투자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면 상품 심사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은 주식시장 흐름이 좋고 메자닌 투자 수요도 강해 낮은 금리의 물량까지 소화되고 있다"며 "시장이 꺾이면 현재 감수한 낮은 수익률과 신용위험이 펀드 투자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모험자본 확대 정책과 메자닌 투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발행사 우위 현상이 수수료를 넘어 금리와 옵션 조건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우선배정 지위와 의무투자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상방 수익이 제한된 CB까지 담는다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취지가 코스닥 상장사의 저금리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