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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숨 죽인 시기를 보내야 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사회적 파장이 일며 각종 규제 법안이 쏟아져 나오자 운용사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생존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에 넘어갔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중징계 확정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PEF업계 전반에 걸친 논란이 지속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올 상반기 지방선거로 PEF 규제 논의는 정치권 현안에서 다소 멀어졌고,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과 정부의 개각이 잇따르며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졌다고는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PEF 규제 법안들의 향방은 여전히 안개속에 갇혀 있다. PEF 운용사들은 협회를 구성해 기존 보다 큰 목소리를 내는 과제부터, 규제 입법을 최소화하는 일까지 여느 때보다 정무적인 감각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펀드 자금을 모으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등 본업이 가장 중요한 현안인 건 변함이 없다. 다만 주요 출자 기관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쏠리며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국민성장펀드란 정책펀드가 펀드레이징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운용사들은 앞으로의 20년의 생존전략을 마련할 여유(?)가 생긴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PEF 법안들은 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운용사들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수의 의원들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가운데 운용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은 역시 운용사 실적과 보수의 체계를 공개하는 법안이다.
해당 논의는 운용사 임직원의 보수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단 목적에서 시작됐다. 한 때는 PEF업계 내 논란의 핵심이었으나 현재는 보수 공개의 범위와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또는 상위 몇몇 아니면 개개인의 보수를 공개할지 여부를 비롯해 구체화한 내용은 없는 상태다.
보수 공개 법안은 MBK파트너스 그리고 외국계 운용사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단 취지에서 발의됐지만, 정작 국내 자본시장법과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고스란히 적용 받는 토종 운용사들만 부담이 늘어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단 지적도 결코 적지 않다.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 자체가 MBK파트너스 등 초국가 운용사들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단 취지였는데 법안이 통과하면 국내법 테두리에서 촘촘한 감시를 받아왔던 국내 운용사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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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 외에도 M&A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법안, 준법감시인 선임을 비롯해 운용사의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 레버리지 비율을 제한하는 법안 등도 쟁점이다.
이 가운데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특히 운용사들의 투자 부담을 한 층 키울 수 있는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아웃, 즉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투자하는 대형 운용사들의 경우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금 소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PEF업계에만 파장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매도자 즉, 기업이든 개인 오너든 최대주주가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의 세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과 함께 급격하게 M&A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단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단 의견도 작지 않은 형국이다.
다른 PEF 운용사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현재 PEF 관련 논의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긴 했지만, 원구성이 끝났고 개각이 완료한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론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PEF 업계 내에서도 내어줄 건 내어주더라도, 최소한의 규제 법안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PEF 운용사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그리 많지 않다.
업계 원로급 인사 몇몇이 고군분투해 정치권에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엔 마땅한 방안이 없다. 법안 발의 자체가 'PEF 규제의 필요성'이란 전제에서 출발한 만큼 공청회와 같은 토론의 장 역시 운용사들의 현황과 이해관계를 오롯이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PEF협의회를 협회로 격상하자는 움직임도 이런 상황에서 시작됐다. MBK 사태 이후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절실했던 운용사들은 협회 설립에 대한 중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가진 대형 운용사가 협의회를 이탈하는 등의 잡음이 일기도 했다. 운용사들은 여전히 협회 설립과 관련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로, 상설 조직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제반 사항을 결정하고 실무적으로 풀어내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PEF 규제 논의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굳이 협회를 조직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협회의 필요성엔 다수의 운용사들이 공감한다. 다만 MBK에 제재도 막바지에 다다른 현 시점에서, 금융 당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각종 논의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며 운용사들은 손익계산에 분주한 하반기를 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