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레이스에서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맡은 역할은
입력 2026.07.09 07:00

Invest Column
권광석 전 행장,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포함
명망 있는 외부 인사? 오히려 회추위 '추천 원칙'에 의문
투명성ㆍ공정성 위해 일정 공개하고 준비기간 부여했지만
핵심은 '기계적 투명성' 아닌 '왜 선임했는가'...아쉬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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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위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가리는 자리에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회장 후보 숏리스트(적격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명망있는 외부 인사에게도 CEO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메시지였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추천 원칙'이 무엇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검증 기준에 대한 지적은 물론, '현직 우선'이라는 최근 CEO 인사 트렌드와도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는 '연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KB금융이 '고심 끝에 악수(惡手)'를 둔 모양새다.

    KB금융은 지난 6월2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2023년보다 1개월 이상 빠른 것으로, 숏리스트 발표 일정ㆍ후보자 인터뷰 일정ㆍ최종후보 발표 일정까지 미리 공개하며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었다.

    KB금융은 '외부 후보가 불리하지 않도록 1차 숏리스트 선정 후 인터뷰까지 약 두 달간의 준비 기간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2023년 도입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CEO 선임시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간 격차를 줄이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간을 늘린 것이다.

    문제는 '인선 기준'이다. 회추위는 주주와 고객의 신뢰에 부합하는 최고의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금융회사 CEO 인선 트렌드는 '현직 중시'다. 금융시장 환경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며, 이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직자 혹은 퇴직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인사가 낙점을 받는 일이 크게 늘었다. 

    당장 최근 CEO를 추천한 NH투자증권은 '현업 2년 이내 재직' 조건을 걸어 이른바 '유력 후보'들을 숏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당선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도 당선 당시 신영증권 현직 대표이사였다. 오는 10월경 시작될 전망인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거에서도 벌써부터 '현직 우세론'이 언급되고 있다.

    권 전 행장은 지난 2022년 3월 우리은행을 떠났다. 현업에서 물러난 지 4년5개월이 지났다. 이후에도 우리금융미소재단 회장ㆍ롯데카드 고문ㆍ고려아연 사외이사 등을 맡아 활발히 활동했지만, 영업 최전선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CEO와는 거리가 있는 이력이란 평가가 많다.

    후보자의 경영능력과 관련한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권 전 행장은 우리은행장 선임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지점장 이후 커리어의 상당 부분을 홍보실장, 대외협력단장 등 홍보 업무로 쌓아온 까닭이다. 

    투자 업무 경험은 우리은행 IB그룹장 10개월,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사장 3개월 등 1년여에 그쳤지만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에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선출됐다. 이후 다시 임기 중 우리은행장에 입후보했고, 숏리스트에 뒤늦게 포함됐음에도 결국 행장으로 낙점받았다. 

    이후 우리은행장으로는 이례적으로 1+1 총 2년의 임기만을 소화했다. 당시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는 도덕성ㆍ평판ㆍ업무능력 및 실적ㆍ지주와의 원팀 소통능력 등 크게 네 가지를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권 당시 행장은 차기 행장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내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 전 행장은 재임 당시 지주와 불화설이 적지 않았고, 첫 임기 1년 성과도 농협은행에 순익이 추월당하는 등 숫자 면에서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며 "전직 시중은행장이라는 이유로 외부 후보자 풀(pool)에 넣은 뒤 숏리스트를 추리는 과정에서 검증은 소홀했던 게 아니겠느냐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내부 후보자인 양 회장의 연임을 위해 인지도 있는 외부 인사인 권 전 행장을 들러리 세운 것이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전부터도 CEO 선임 과정에서 외부 후보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권 전 행장은 앞서 2024년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 3인으로도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내부 출신 황병우 회장이 선임됐다. 앞서 2022년 12월에는 신한금융이 숏리스트에 포함한 외부 인사가 명단 공개 직후 면접을 고사한 일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말 대통령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하는 데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지만, 오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엔 방향성이 나올 거란 전망이 많다. 개편안엔 지주 회장 3연임 제한과 CEO 선임 절차 투명성 확보, 이사회 주도의 승계 프로그램, 내외부 후보 공평성 제고 방안 등이 반영될 전망이다.

    개편안 발표가 늦어지며 KB금융은 '개편안 적용 1호 CEO 선임 절차'의 굴레는 벗게 됐다. 그러나 명분으로 내세운 외부 후보가 논란이 되며, 회추위가 세운 '검증의 틀' 자체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KB금융은 회장 자격요건 세부사항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2026년 기준 '적극적 자격요건'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에 노력 등 5가지 항목으로 이뤄져있다. 회추위가 권 전 행장을 후보로 세우려면 적어도 2022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부적합으로 판단한 도덕성ㆍ업무능력을 왜 2026년의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하는 투명성은 기간ㆍ일정 등 기계적 투명성이 아니라, 어떤 의도로 후보를 선정했고 그들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CEO를 선임했는지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일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CEO 선임은 결국 정부 개입의 정당성과 새로운 규제의 근거만 만들어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