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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을 넘어 글로벌 큰 손으로 인정받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지난해 역대 실적을 경신했고 올해 역시 수익률에 청신호가 켜져있다. 곳간이 든든하게 채워지면서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은 다소 덜어낼 수 있었지만 연금의 막대한 자금이 자본 시장에 풀리기까진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의 관심은 여전히 주식시장에 쏠려 있다. 대체투자부문, 한 때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했던 사모투자 부문은 주식시장에 밀려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해당 부문에 출자할 의지와 여력이 있는 LP들은 현시점에서 그리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이 하루빨리 등판해 사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출자 사업에 나설 지 여전히 안개 속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PEF 운용사들의 자금을 공급하던 주요 LP 상당수는 대체투자부문의 출자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호금융권은 고객들이 예적금을 중도해지 하거나 만기 후 재예치 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공제회는 가입자(수익자)들의 담보 및 신용 대출 신청이 급증하며 자금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제회들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생활비대출 등의 상품을 취급한다. 조건은 상이하지만 '복지'에 가까운 상품이다 보니, 가입자 입장에선 금융권 대출보단 금리가 낮고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이런 고객 및 가입자들의 자산은 상당 부분 주식시장에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출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일부 공제회 등은 최근 신규 딜에 대한 출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호금융권과 공제회의 보수적인 움직임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곳은 역시 PEF 운용사들이다.
신규 블라인드펀드의 모집은 물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자금을 모아야 하는 프로젝트펀드 자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해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잔액)에 여유가 있는 몇몇 운용사를 제외하곤, 신규 M&A 거래에 선뜻 뛰어들긴 쉽지 않은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과거 프로젝트펀드 출자에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과 공제회 상당수는 현재 대체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같은 상황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LP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야 하는 운용사들은 펀드레이징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신용금고와 공제회들도 어쩔 수 없이 대체투자 부문에 흘러가는 자금줄을 잠궈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자산 배분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비록 지금은 주목도가 크게 떨어져 있긴 하지만, 투자 호흡이 긴 대체투자는 변동성 장세에서 LP들의 수익률을 방어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다른 한 PEF 대표는 "현재 주식 부문은 불과 한 두 달 사이에도 사모투자 연 단위에 맞먹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LP들 입장에선 대체부문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자산 배분 과정에서의 중요한 축인 대체부문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데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큰 손, 국민연금이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등장할진 아직 미지수다. 현재는 벤처펀드(VC)의 위탁사 선정을 진행중인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PEF 출자사업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자리는 반 년 넘게 공석이다. 지난달 말 후보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CIO 인선을 진행중인데, 여러 하마평 가운데 내부 유력 인사가 투자부문의 수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CIO가 공석인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은 PEF 출자에 대한 사전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한 차례 출자 사업을 건너뛰면서 올해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과는 달리 규모가 예년과 유사하거나, 다소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국민연금의 대규모 출자에 '반드시' 참여할 유인이 있는 운용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역대 정책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국민성장펀드'는 변수다.
국민성장펀드가 등장하며 국민연금이 대규모 자금을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다소 덜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성장펀드와의 간섭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기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정책 과제로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국민연금이 현시점에 대규모 사업을 추진 한다면 자칫 성장펀드의 선명성을 저해하며 정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1000억원 이상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하지 않겠단 기준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출자 기조가 과거와 달리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출자사업을 재개한다면 돈 줄이 마른 대체투자 시장엔 활기를 더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의 출자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현재 상황은 물론, 펀드의 매칭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민해 시기를 조율하기 때문에 대체투자부문에 다시 자금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단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