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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까.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1500원선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대에 진입할 거란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변동성 지속'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환율 안정화가 쉽지 않을 거란 뜻이다.
올해 원화는 그간의 '노멀'(일반적 상황)이었던 중국 위안화와의 동조화에서 벗어나, 최근 40년래 최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와 동조화하는 '뉴 노멀'의 모양새다. 예상치 못한 원화의 약세는 금융권은 물론,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원달러 환율 평균값은 종가 기준 1525원이었다. 올해 1분기 평균 환율은 1466원, 2분기 평균 환율은 1490원이었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1500원을 뚫고 난 뒤에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지난 6일 외환시간 24시간 개장 이후 1538원대이던 환율이 1510원대로 내려온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단 평가다.
상반기 환율 급등은 금융권에서도 '미스터리'라고 불릴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수급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원화보다 외화 보유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커진 상황이란 것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에는 기여하지만 실제 국내로 외화가 유입되지 않는 '재투자수익수입'이 지난 1~4월 전년동기 대비 124% 증가했고, 거주자 외화예금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외화를 많이 벌어도 실제 유입은 그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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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본 엔화와의 동조화 현상도 원화 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초 이후 원화와 엔화는 피어슨 상관계수 기준 +0.8로 강한 동조화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관계수 +0.8로 강한 동조화 성향이었던 중국 위안화의 상관계수는 올해 들어 -0.7로 뒤집혔다. 올해 원화-엔화의 상관관계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아시아 통화쌍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분석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로 본다면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하는 것이 맞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급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엔화와 동조화하고 있다"며 "대미투자와 해외주식투자 등 캐리트레이드 현상이 엔화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다카이치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21조엔(약 195조원) 규모 추경을 단행하고, 2040년까지 370조엔(약 3400조원) 규모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재정 확장 기조를 이어간 게 원화에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일본 통화정책에 대한 의문이 쌓이며 엔화 가치가 40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동조화된 원화도 함께 약세를 띠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당장 국내 금융권과 자본시장을 짓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고환율은 은행권 건전성 위험으로 직결된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법인·외화대출·외화 유가증권 등의 원화 환산액이 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난다.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요 은행금융지주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비율이 1~3bp(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폭이 종가 기준 108원에 달했으므로, 환율에서만 최대 30bp(0.3%p) 수준의 자본력 훼손이 발생한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1분기 말 기준 CET1비율은 13.1~13.6%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들은 주주환원의 기준선으로 CET1비율 13%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환율 상승이 이어져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돌파하게 되면 주주환원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환율은 상당한 변수가 되고 있다. 당장 롯데카드ㆍ롯데손해보험 등 비은행 금융회사 딜이 환율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핵심 잠재 매수자인 금융지주들이 자본건전성 부담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할 수 없을 거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자회사 지분 취득은 CET1비율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데, 주주환원정책과 엮여 있다 보니 자본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베팅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같은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지분 인수) 딜도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환율 시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금융권에서는 일단 올해 하반기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1450~1500원을 중심으로 큰 변동성을 보일 거라는 게 현 시점에서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급증과 금리인상 기대감,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 등이 작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자본유출 지속과 대미 투자 부담, 엔화와의 동조화 지속 등 약세 요인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외환수급 여건은 2026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전망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뚜렷한 추세를 형성하기보다 높은 변동성 속에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언제 가라앉을지가 가장 큰 변수다. 8일 달러지수는 최근의 약세를 딛고 반등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확률이 일주일 새 12%에서 31%로 급등한 까닭이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들 필요가 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