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목표가 '185만 vs 420만'…증권가 시각 왜 갈렸나
입력 2026.07.09 13:59

BNK "AI 투자 증가율 둔화" vs KB "AI 수요 확산 지속"
메모리 업황부터 미국 ADR 효과까지…핵심 변수 해석도 '극과 극'
목표가 185만~420만원…AI 투자 성장 속도 놓고 전망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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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로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증가율 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185만원으로 제시한 반면, 다른 증권사는 AI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420만원의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AI 투자 지속성과 메모리 업황,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효과 등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이 같은 목표주가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전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보유(HOLD)'와 목표주가 185만원을 내놨다. 현재 주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매도(Sell)' 리포트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KB증권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 420만원을 제시했다. 두 증권사가 바라본 적정 가치의 차이는 두 배를 웃돈다.

    실제 주가는 양측이 제시한 목표가의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하이닉스는 9일 정오 기준 212만6000원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2.41% 상승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달 23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300만2000원)와 비교하면 약 29.2%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가 고점을 찍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향후 방향성을 둘러싼 증권가의 해석도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양측의 판단을 가른 가장 큰 분수령은 AI 투자 사이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BNK투자증권은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AI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메타를 비롯한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의 자금 조달 부담과 투자 효율성 논의가 커지면서 내년부터는 투자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BNK투자증권은 내년에도 메모리 설비투자(CAPEX)가 30~40% 이상 증가해야 현재 시장의 실적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실제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 현재 주가와 실적 전망 사이에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더라도 올해와 같은 가파른 성장 속도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KB증권은 AI 투자가 이제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으로 활용 영역이 확산되면서 메모리 수요도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인 투자 과열 논란보다는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중장기 수요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투자 전망에 대한 시각 차이는 향후 메모리 업황을 바라보는 눈높이로도 이어졌다. BNK투자증권은 올해까지는 AI 서버향 D램과 eSSD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겠지만, 연말 이후에는 수요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AI 특수 이면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PC와 모바일용 범용 제품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운사이클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현재 SK하이닉스가 받고 있는 높은 실적 기대와 밸류에이션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KB증권은 메모리 업황이 여전히 타이트한 공급 부족 국면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 AI 서버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일반 D램 수요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공급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시장의 기존 기대치를 웃돌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 ADR 상장 효과를 두고도 해석은 평행선을 달렸다. BNK투자증권은 ADR 상장이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 편의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이것만으로 본주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ADR 상장은 거래 시장을 넓히는 이벤트일 뿐, 기업의 이익 체력이나 펀더멘털을 바꾸는 근본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KB증권은 ADR 상장을 SK하이닉스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촉매로 봤다. TSMC 역시 ADR 상장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원주 가치도 함께 재평가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가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 유니버스에 편입될 경우, 해외 자금 유입과 함께 멀티플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양측의 극명한 시각 차이는 AI 투자 사이클의 성장 속도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BNK투자증권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AI 투자 확대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 봤다.

    반면, KB증권은 AI 수요의 전방위적 확산으로 완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각 차이가 메모리 업황과 밸류에이션, 나아가 목표주가 185만원과 420만원이라는 격차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BNK투자증권은 지난 4월에도 SK하이닉스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가를 130만원대로 제시했던 하우스고, KB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정 강세장론을 펼쳤던 하우스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주가 급등 전에도 이미 하우스별로 해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 그때 '누가 옳았다'는 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