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 100조가 정점?…혼란스러운 AI 사이클 2막
입력 2026.07.09 14:47

인류 역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25% 하락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느냐 관건
엔비디아도 거친 검증대…메모리는 이겨낼까
금리·환율·ADR·정치까지…외부 변수도 누적중

  • 삼성전자는 올 2분기 8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성과급 영향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개 분기만에 110조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를 추월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기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주가는 잠정실적을 발표하고부터 이틀 내리 12% 이상 하락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왜 오르지 못하는지 여러 진단이 쏟아지지만 명확한 원인을 콕 집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사이클 2막에 돌입하며 시장 잣대가 뒤바뀌고, 변수는 누적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5% 이상 급등했지만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하며 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장중 기록한 최고가(37만4500원)와 비교하면 25% 이상 하락했다. 기대치 이상 성적표에도 주가가 유의미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면서 1년여간 이어진 급등세도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세계 1위 실적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딱 떨어지는 진단을 내놓기 어렵다는 곤란함도 전해진다. 원·달러 환율과 금리, 종잡을 수 없는 중동 정세, 대형 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따른 수급 왜곡,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변수가 동시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단일 요인만으로는 현재 조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평가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가는 "지난 1년 대세 상승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둘러싼 변수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조정이 시작되니 이제 이런 변수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하느냐를 두고 지루한 논리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락의 원인 규명보다는 시장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사이클 2막에 접어들며 시장의 관심이 사상 최대 실적 자체보다는 이만한 초과이익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도 사실 같은 주제로 요약된다. 일각에선 과거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며 메모리 불황을 경고했던 투자은행(IB)이 재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조명했지만, 핵심 내용은 결국 '당분간 메모리 공급사 주가의 추가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였다. 지난 1년 이익과 주가가 이미 폭발적으로 치솟은 만큼 재평가 속도 역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최근 4개 분기 영업익이 12조원에서 20조원, 57조원, 105조원으로 늘었다. 실적이 개선되는 가속도 자체는 정점을 향해가고 있는 셈"이라며 "실제로 공급은 늘어난 게 없고 가격만 치솟았다. D램 마진율이 80%까지 60~70%포인트 가까이 개선된 건데 이 이상 웃돈을 주고 팔 여지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공급사들의 폭발적인 현금 창출력은 역설적으로 전방 AI 빅테크의 비용 폭증과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이 AI라는 금광을 캐기 위해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도, 이들의 지불 능력 역시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곡괭이(반도체)를 파는 삼성전자만 역사상 최고 수익성을 달성한 장면이 시장의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자원 배분이 정상적인지, 지속 가능한 건지 의구심만 더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엔비디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었다. 2022년 말 챗GPT가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지 불과 반년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약 6개월 동안 박스권에 머물러야 했다. AI가 일시적 유행(hype)으로 끝날지, 빅테크들이 비싼 가속기(GPU)를 얼마나 오랫동안 구매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시장의 논쟁이 이어진 탓이다. 지금의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도 현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전방위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던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공급사들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이들의 이익은 전방 AI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에 기반하는 만큼 수익성의 지속 여부를 스스로 증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선 다가올 실적 시즌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공급사보다는 AI 빅테크들이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청사진을 더 주시하고 있다. 전방에서 경쟁적으로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내야만 후방 메모리 공급사들의 분기100조원 안팎 영업이익도 구조적인 이익 체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메모리는 엔비디아 GPU 수준의 독점적 플랫폼이나 생태계를 구축한 산업이 아니다. AI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해외 경쟁사까지 증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메모리는 본질적으로 공급 경쟁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증설 투자가 이어지다 보면 이내 과거의 시클리컬로 되돌아갈 것이란 분석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하다. 

    AI 사이클을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주가를 흔들 만한 거세경제, 수급 변수도 적지 않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세 상승장을 펼친 듯하지만, 6개월 동안 30차례 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했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IPO가 투자심리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다.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전국동시지방선거, 호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정책 논쟁, 국민연금 리밸런싱 가능성 등이 잇따라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열거된 변수 대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누적돼 있는 상황이다. 코앞으로 닥친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추가될 전망이다. 기업이나 산업의 펀더멘털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요인까지 한꺼번에 얽힌 채로 AI 사이클 2막에 들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형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수준 대장주들의 하루 변동폭이 ±10%에 달하는 게 자연스러운 장이 됐다. 지금은 기관이나 외국인도 하나의 시나리오에 베팅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대응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장세"라며 "AI 사이클 후반부에서도 메모리가 핵심 인프라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산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변수가 너무 많이 중첩돼 있어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