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바이오 딜은 왜 틀어졌나…경업금지 이견에서 신뢰균열로
입력 2026.07.10 07:00

취재노트
IMM PE와 SPA 목전에서 결렬…수개월 협상 물거품
경업금지 등 조건 이견…중차대한 변수였는지는 의문
IMM 실사 반영 요구, 매도자는 '합의 흔들기' 인식?
양측 신뢰 붕괴…'오너 딜' 불확실성 드러났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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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웅그룹은 작년부터 바이오 재생의료 관계사 시지바이오 매각을 본격화했다. 매각 대상은 윤재승 대웅제약 CVO(최고비전책임자, 전 대웅그룹 회장)가 가족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시지바이오 경영권 지분이다. 오너 일가는 대규모 투자금을 회수하고, 시지바이오는 사업 확장을 도울 새 주인을 맞을 기회란 평가가 따랐다.

    대웅그룹은 수 개월간 유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들과 협상을 거친 끝에 지난 3월 IMM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IMM PE는 6월 초까지 우선협상 기한을 부여받고 실사와 계약 조건 협상을 진행해왔다. 기한 내 주식매각계약(SPA)를 체결하지 못했고, 대웅그룹 측은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미국계 PEF TA어소시에츠가 새 협상 상대로 정해졌다.

    IMM PE는 시지바이오 지분 51%를 5000억원대 중반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했다. 향후 일정 실적 조건을 충족하면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시지바이오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는데, 금액 자체는 다른 경쟁사들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보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 컸다는 평가다. 시지바이오는 경영권 매각 후에도 새 대주주 PEF와 기존 대주주가 지분을 같이 보유하게 된다. 대웅그룹 계열사들과 시지바이오는 여러 계약관계로 얽혀 있어 서로의 상황에 밝다. 시지바이오와 같은 사업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IMM PE 입장에서는 매도자가 다시 경쟁자로 나서면 시지바이오의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매도자 측에 동종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청했다. 그러나 매도자 측은 향후 사업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불편해 했고, 경업금지 기간을 최소화하려 했다. 잔여 지분을 어느 가격과 시점에 넘기느냐를 두고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지바이오 측은 "경업금지 조건을 넣느냐보다는 그 기간을 얼마나 길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며 "IMM PE와 이를 조율해왔는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다보니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결렬을 단순한 거래 조건 이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수의 거래 관계자들은 매도자와 인수자 간에 이견이 있었다면서도, 거래가 무산될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였는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MM PE는 시지바이오 인수를 추진하며 '최고가'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왔다. 다른 거래 조건 역시 경쟁사들이 "IMM PE가 너무 퍼준 것 아니냐" 볼멘소리를 할 만큼 매도자 측을 최대한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TA어시에이츠가 제시한 조건 역시 IMM PE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조건 이견보다는 협상 절차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MM PE는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에서 매도자 측에 일부 변경과 보완을 요구했다. 실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험 요소를 반영해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통상적인 절차다. 반면 매도자 측에선 이런 과정이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논의한 거래 구조와 조건을 흔들려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어느 일방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신뢰 관계가 흔들린 것은 분명하다.

    매도자 측은 6월 초 우선협상 기간이 종료된 후 다른 원매자와 접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한이 지난 만큼 매도자가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막대한 실사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IMM PE 입장에선 충격파가 컸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윤재승 CVO 측은 재무자문사 없이 시지바이오 매각을 진행했다. 매각 검토 초기 도이치증권의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 거래 절차에는 참여시키지 않았다. 자문 비용은 아꼈지만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SPA 체결 목전까지 갔던 거래 당사자들은, 신뢰관계 회복 대신 거래 중단을 택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경업금지 조항이 논의된 것은 맞지만 해당 조건을 특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거래를 깨뜨릴 정도의 핵심 쟁점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당 부분 조건 조율이 이뤄진 상황에서 매도자 측이 다른 원매자 접촉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애초에 매도자의 매각 의지가 확고했는지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거래 초기부터 매도자 측에선 시지바이오를 반드시 매각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TA어소시에이츠가 국내 평판에 신경을 쓰는 IMM PE보다 나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웬만하면 IMM PE와 거래를 이어가자는 의견이 매도자 쪽에서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두고 오너 관련 거래의 불확실성이 드러났다는 평을 하고 있다. 협상장 분위기가 좋아도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오너 전까지 어느 단계에서 거래가 중단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지바이오 거래에선 대웅제약 CFO 등이 협상에 임했지만 권한은 제한적이다. 결국 모든 결정은 윤재승 CVO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관련된 M&A에선 협상장에 나온 인사들이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오너 개인의 생각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