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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다시 컨티뉴에이션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매각이 어려운 자산의 '대피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알짜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기 위한 선택지로 적극 고려되는 분위기다. 기계적으로 사고 파는 전통 PE 모델의 매력이 줄어든 반면, 우량 자산의 장기 성장성은 부각되면서 출자자(LP)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모든 장기 미제가 컨티뉴에이션펀드로 옮겨갈 수는 없다. 성장성이 있거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 기업, 혹은 인프라 성격의 자산이어야 LP들이 돈을 오래 묶고자 하는 유인이 생긴다. 결국 꾸준한 배당이 나거나 향후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컨티뉴에이션펀드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PEF의 펀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을 경우, 새 PEF를 결성하고 기존 PEF의 자산을 이관하는 방식이다. 기존 PEF의 LP들은 자금을 회수하거나 재출자에 나서게 되고, GP는 새 PEF의 관리보수를 취하면서 천천히 회수 전략을 짤 수 있다.
해외에선 수십년 전부터 컨티뉴에이션펀드가 활용됐는데, 2020년대 들어 관련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동성 호황기에 투자한 자산들은 늘어난 반면, 상장(IPO)과 M&A가 줄어들면서 회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무리한 회수보다는 시간을 버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힘이 실렸다.
국내에선 2022년 한앤컴퍼니가 쌍용C&E를 컨티뉴에이션펀드로 이관한 후 후속 사례가 이어졌다. 작년 CVC캐피탈은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를, 올해는 브룩필드자산운용이 IFC를 각각 컨티뉴에이션펀드로 넘겼다. JC파트너스는 굿리치 컨티뉴에이션펀드 활용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난달 차파트너스는 그리니치PE와 손잡고 여러 PEF에 흩어져 있던 시내버스 사업을 한 PEF로 모으는 작업을 완료했다.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에 밀려 시내버스 매각이 무산되자 컨티뉴에이션펀드 카드를 꺼냈다. 궁극적으로는 이 펀드를 증시에 입성시켜 '공모 인프라펀드'로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IMM PE의 에어퍼스트다. IMM PE는 지난 수년간 에어퍼스트 경영권을 매각하라는 제안을 꾸준히 받아 왔는데, 올해 들어 컨티뉴에이션펀드로 방침을 정했다. 전방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한창 호황기에 접어들었고, 고객사도 검증된 파트너와 오래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존 LP들도 우호적인 분위기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과 버거킹도 잠재적인 컨티뉴에이션펀드 활용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경영진 변동이 있었던 만큼 가치 있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안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복수의 PEF들은 F&B 포트폴리오를 컨티뉴에이션펀드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컨티뉴에이션펀드는 알짜 대형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M&A 시장을 보면 중소형 거래는 꾸준히 진행되지만 대형 거래는 인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컨티뉴에이션펀드에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는 전세계적으로 수십 곳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한 경험이 있거나 관심을 가질 곳은 손에 꼽는다. 대형 거래 외엔 이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PE 출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국내 LP 입장에서도 중소 포트폴리오를 구태여 컨티뉴에이션펀드까지 만들어 관리할 이유가 없다.
자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성장성과 수익성이다. 에어퍼스트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서브원은 꾸준히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버거킹도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보이고 있어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면 굳이 매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시내버스 사업은 준공영제에 묶여 있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인프라 성격을 갖추고 있다.
꾸준한 배당이나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컨티뉴에이션펀드 결성의 핵심이다. 최근 한 PEF는 대기업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컨티뉴에이션펀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지 않으면 컨티뉴에이션펀드로 이관하겠다는 뜻을 전한 후 협상이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어지간한 중대형 PEF 운용사들은 자사 포트폴리오를 컨티뉴에이션펀드로 넘기려는 고민을 하지만 매각이 안되는 자산은 컨티뉴에이션으로 넘기기도 쉽지 않다"며 "성장성 있고 현금창출력이 좋거나,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인프라 성격의 자산이 컨티뉴에이션펀드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컨티뉴에이션펀드를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관련 조직을 키우고 있다. IB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큰손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손바뀜 거래의 일종인 만큼 IB가 참여해 대상 자산과 시장 분석, 가치평가 등을 맡기도 한다.
UBS, 라자드, BDA파트너스 등이 싱가포르 사무소에 컨티뉴에이션펀드 관련 팀(CF팀)을 꾸리고 있다. UBS는 에어퍼스트 컨티뉴에이션펀드의 해외 투자자를 모으는 역할을 맡았다. BDA파트너스는 차파트너스 컨티뉴에이션펀드 거래를 자문하며 KG그룹 등의 출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컨티뉴에이션펀드 거래를 진행할 때는 핵심 LP와 나머지 투자자들이 가격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며 "핵심 LP가 자문사를 선정하면 자문사가 가격 산정과 관련한 제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