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성적표 된 해상풍력…은행권, 서남권 2.4GW 조달전 본격화
입력 2026.07.10 07:00

부안 800MW, KB·IBK 금융자문 이어 본 PF 주선
고창 200MW 금융주선사 선정 대기…후속 1GW 사업자 공모
우리은행 실증단지 참여 이어 은행권 후속 조달 경쟁 본격화
부동산 PF 부담 속 해상풍력, 은행권 대체 투자처로 부상

  •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이 은행권의 생산적금융 실적 경쟁을 가늠할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부안 800MW 확산단지1의 사업시행자 윤곽이 잡힌 데 이어 고창 200MW의 금융주선사 선정과 후속 1GW 사업자 공모가 이어지면서, 전체 2.4GW 프로젝트의 무게중심도 발전사업자 선정에서 수조원대 자금조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들은 서남권 해상풍력의 후속 사업 일정과 금융구조를 살펴보며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선별적 자금공급과 부실 사업장 정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생산적금융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재생에너지와 지역 인프라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해상풍력이 대형 기업금융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남권 해상풍력은 전북 고창·부안 앞바다에 실증단지 60MW, 시범단지 400MW, 확산단지1 1GW, 확산단지2 1GW를 단계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북도는 지난 5월 최종 단계인 확산단지2 1GW 사업시행자 공개모집에 착수했으며 연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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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가장 먼저 금융조달이 이뤄진 곳은 60MW 실증단지다. 우리은행이 금융주선을 맡아 2018년 보험사 4곳과 총 2445억원 규모의 PF 약정을 체결했고, 단지는 이후 준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이 서남권 해상풍력 금융에 일찌감치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대형 후속 사업의 금융 파트너로 전면에 나서는 구도다.

    400MW 시범단지는 한국해상풍력이 개발 중인 사업으로, 지난해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에서 최종 선정됐다. 현재 KB국민은행이 금융자문을 맡고 있다. 사업비가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자기자본과 선·후순위 대출, 정책성 자금 등을 결합한 금융구조 마련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확산단지1 가운데 부안 해역 800MW 사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대표사로 하는 전북해상풍력 컨소시엄이 최근 공공사업시행자 공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입찰 초기부터 공동 금융자문을 수행했으며, 향후 본 PF 단계에서도 금융주선을 맡을 예정이다.

    다음 경쟁 구간은 고창 해역 200MW다. 전북도는 지난 1월 템플턴하나자산운용을 대표사로 하는 서남권윈드파워 컨소시엄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금융주선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관련 절차가 뒤따를 예정이다. 사업시행자 컨소시엄에 운용사와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은행 주선사는 별도로 선정될 수 있어 금융권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확산단지2 1GW도 잠재적인 대형 조달시장이다. 현재는 금융주선사 입찰이 아닌 사업시행자 공모 단계지만, 연내 사업자가 선정되면 금융자문사와 재무적 투자자, 대주단 구성을 둘러싼 경쟁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사업비가 8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한두 개 금융기관이 단독으로 감당하기보다 복수 주선사와 정책금융기관, 보험사·운용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신디케이션 구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해상풍력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지방 투자와 조선·기자재·해저케이블 등 연관 산업 지원까지 한꺼번에 생산적금융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의 첫 대형 투자처로 해상풍력을 선택한 것도 은행권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안우이 해상풍력은 총사업비 3조4000억원 가운데 2조8900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했으며, 국내 5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부산은행, 보험사 등 18개 기관이 금융단에 참여했다.

    부동산 PF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대체 인프라 자산을 찾는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 부동산 PF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와 신규 자금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금융규제 완화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을 공급하되 부실 우려 사업장은 계속 정리하는 선별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이 과거처럼 부동산 개발사업만으로 대형 PF 자산을 확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반면 해상풍력은 사업당 자금 소요가 수조원에 달해 금융주선 수수료와 장기 대출자산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계열 운용사의 지분·후순위 투자, 보험사의 장기 대출, 금리·환율 헤지와 발전사업자의 운영계좌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고정가격계약과 공기업 참여, 정책금융의 위험 분담이 갖춰질 경우 장기 현금흐름을 토대로 한 금융구조를 설계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가다.

    서남권 밖에서도 금융권의 선점 경쟁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완도금일해상풍력 사업의 금융주선 계약을 체결하고, 계열 운용사가 조성한 인프라펀드를 활용한 개발단계 투자까지 병행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본 PF 직전에 들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개발 초기부터 금융구조와 투자자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다만 해상풍력이 부동산 PF를 곧바로 대체할 무위험 자산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허가와 주민·어민 수용성, 송전망 연결 등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고, 기자재 가격과 공사비, 금융비용 상승은 사업성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 상한가격을 산정하면서 글로벌 균등화발전비용과 설비투자비(CAPEX) 변동 추세 등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상풍력은 은행들이 생산적금융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형 딜"이라며 "고창 200MW와 후속 1GW 사업 등을 놓고 주요 은행들이 금융자문과 주선 참여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