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도입 레버리지 ETF, 두고두고 증시 발목...책임지는 이가 없다
입력 2026.07.10 09:12|수정 2026.07.10 09:14

Invest Column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부작용 일파만파...'대책? 거의 없다'
'단타 투기판' 변질된 건 세금ㆍ거래 편의성 등 '필연적 결과'
강제 상장 폐지? 규정은 있지만...'후진적 시스템' 사례 쌓는 길
'누가 출시했고,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 책임자가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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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남은 건 억지를 부리는 수밖에 없겠죠." (한 개인 전문투자자, 전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말이 없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지만, 감독기관 수장으로서의 자신의 책임은 쏙 빼놓은 발언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시장이 무너지고 난 뒤에야 구윤철 부총리가 "어떻게 보완하고 (변동성을) 최소화할지 협의 중"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지 이미 40여일이 지났다. 시장에 충격을 남기지 않고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만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쓸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니 남은 건 억지 규제 뿐이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그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수급 쏠림이 이미 심화한 상황에서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활짝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와 다름이 없었다.

    레버리지 ETF가 '단타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당장 거래량 상위 4개 상품의 출시 후 평균 일일 회전율이 100%를 넘는다. 하루 거래량이 상장좌수를 넘어선 것으로, 상장 물량 전체가 하루에 한 번꼴로 손바뀜됐다는 뜻이다. 변동성이 심한 날엔 회전율이 200%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평균 일일 회전율(20%)의 10배에 달한다.  

    이는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를 거래하려면 별도 계좌로, 환전을 거쳐 투자해야 한다. 수수료 부담도 크다. 해외 주식 평균 거래 수수료율은 국내 주식 대비 5배가량 높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연 보수도 국내 0.09%(TIGER 기준), 홍콩 1.6%(CSOP 기준)로 크게 격차가 난다. 무엇보다 해외거래소에서는 매매 이익이 생기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국내에선 면세다.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자금이 쏠리며 증시가 휘청였다.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일평균 장중 주가 변동률은 각각 4.4%에서 6.8%로, 5.1%에서 7.8%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들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최대 60%를 점유한다는 점이었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3% 이상 움직인 날은 상품 출시 전보다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S&P500은 단 하루도 없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원인 중 하나였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코스피 지수가 고점 대비 20% 폭락하고 투자 피해가 속출하자 레버리지 ETF는 정치 논쟁의 대상이 됐다. 야당에서는 당장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하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여당에서도 제도 보완을 언급하며 규제 편에 섰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규제론에 올라탄 모습이다.

    문제는 그 퇴출조차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하다는 포괄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으로 ETF가 퇴출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미국ㆍ유럽ㆍ일본 어느 시장에도 당국이 '시장 불안'을 이유로 특정 ETF를 강제 상장폐지한 사례는 없다. 2018년 하루 만에 가치가 90% 폭락한 뒤 청산된 미국의 'XIV ETN' 사태 때에도 상품설명서에 내장된 조기청산 조항이 발동한 것이지, 규제당국이 개입한 것이 아니었다. 선진 증시에선 상품 출시 전 사전 설계와 판매 규제로 위험을 거르고, 사후에는 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 증시는 불과 얼마 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턱에서 '낮은 규제 예측 가능성'을 지적받았다. 정부가 정책적 필요로 급하게 만든 상품을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급하게 상장 폐지한다면, '아직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후진적이다'라는 사례만 쌓이게 된다. 현 정부의 KPI(핵심 성과 지표) 중 하나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누가 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보니 청약증거금을 5배 상향한다느니 매주 1시간씩 교육을 듣게 한다느니 하는 '지라시'가 돌고, 금융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책임 인정과 현황 파악이 최우선인데 아무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없애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핵심은 '누가 이 상품을 허락했고,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다. 이 질문에 답하는 이가 나오기 전까지, 상장폐지든 존치든 어떤 결론도 시장의 신뢰를 되돌리지 못한다. 책임지는 이가 없는 시장에서, 발목이 잡히는 건 언제나 투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