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개편 어설프게 건드린 삼성SDS…그룹 넘어 재계 '오답노트' 됐다
입력 2026.07.10 09:54|수정 2026.07.10 09:54

Invest Column
대표 사과문에 투표연장 총력전 불구하고
新인센티브 개편안 임직원 투표 결국 부결
원안 유지되지만 노조 설립이란 결과물로
첫 단추 SDS 실패로 그룹 컨트롤타워 부담도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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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SDS 성과급 개편 시도의 실패는 '임직원들이 단순히 새로운 보상 체계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체계보다 더 큰 규모의 성과급을 손에 쥘 수 있는 계산식이 나오지만, 결국엔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결실을 내부 구성원들이 서로 향유할 것이란 청사진에 의문을 갖는 임직원들이 많았단 의미이기도 하다.

    회사가 어설프게 꺼내든 성과급 체계의 개편이란 카드는 삼성SDS 직원들의 노조 설립이란 결과물로 돌아왔다. 노조 설립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사측과 교섭권한을 가진 과반 노조가 설립됐는데, 재계에서 이런 속도로 과반 노조가 설립된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삼성SDS 임직원들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란 평가를 받는다. 과거부터 노조 설립에 대한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을 규합할 화두(Agenda)가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하나의 사무실이 아닌 각각의 사업장에 흩어져 근무하는 물리적인 업무의 특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내부적으론 대학교육(특히 공대)을 마친 사무직 사원들이 많고, 총대를 메고 사측에 대적할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 없는, 일명 에겐남(에스트로겐+남성의 합성어)들이 많은 조직이란 우스갯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불과 이틀만에 과반 노조 설립을 성사시킨 회사의 '성과급 개편' 전략이 얼마나 직원들의 공분을 샀는지 알 수 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받고,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반기마다 지급되는 성과급을 기다리고 있었던 직원들에게 갑작스러운 TAI(목표달성장려금, 舊 PI) 지급 중단과 연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겠단 소식은 달가울 리 없었다. 반기 성과급 지급을 믿고 지출을 늘렸던 직원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단 다소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과급 제도, 즉 연말 성과에 따라 자사주를 지급받는 게 더 유리하단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결과값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실적과 주가, 동일업종 대비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지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선 연봉의 10%에 채 미치지 못하는 기존의 OPI(초과이익성과급, 舊 PS)보단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성과급 개편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반대한 임직원들에겐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장미 빛 전망 ▲카카오·네이버 등 유사업종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것에 대한 확신보단 의문이 더 컸다. 회사 성장성에 대한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삼성SDS의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애초부터 개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임원 및 그룹장들에게 성과급 개편 소식을 전달되고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임직원들의 투표가 시작됐다. 사내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준희 대표이사는 직접 사내 플랫폼을 통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임원들은 직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더 악화하자 회사는 투표 기한을 연장했고, 임원들은 전례 없이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표이사는 사내 메일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재차 투표 참여를 당부했지만, SNS 단체방엔 오히려 미투표 운동에 불이 붙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회사는 최초 제시한 기준과 조건값을 변경하며 직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과반이 넘지 않으면 원안이 유지된다"는 최초의 회사 메시지는 덤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조바심'이 느껴졌다.

    회사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태가 불거진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면 아래서 개편 전략을 구상했고 외부의 자문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핵심 인사들이 모여 반년이 넘게 구상한 개편안의 결과물은 최초의 노조 설립이었다. 몇몇 인사들에게 이번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떠나, 앞으론 매년 과반 노조와의 지난한 협상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단 점이 이준희 대표이사, 김상용 피플팀장 등 경영진들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으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실과의 긴밀한 소통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연초 TAI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실제로 반기마다 성과급을 지급해온 삼성그룹의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삼성SDS가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 도입에 성공했다면,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하고,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노조 설립도 불가능해 보였던 회사. 모든 계열사들과 업무 연관성이 높아 사업적으로 상징성이 큰 회사지만, 사실상 가장 손쉽게 성과급 개편이란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SDS의 실패로, 현재 다른 그룹사들은 성과급 체계에 손대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버렸다.

    성과급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은 사실 삼성그룹을 넘어 재계 전반에 걸친 이슈이기도 하다. 퇴직금 산정을 비롯해 회사의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이번 SDS의 개편안 추진 상황은 재계의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이란 과제가 여전히 재계의 화두인 상황에서, SDS의 성과급 개편 추진은, 그 과정과 내용이 재계에 가장 정확한 '오답노트'를 남겼단 점에선 하나의 성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