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DR과는 다르다'...SKHY, 차익거래 기대감 주목
입력 2026.07.10 11:19

SK하이닉스 ADR 149달러 확정, 40조원 조달
미국 프리미엄이 본주로 이어질까 '기대'
관건은 '전환 자유도'…"텀 두고 괴리 해소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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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국내 본주와의 '차익거래'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인해 국내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가 생길 수 있어서다. 

    비교 대상인 대만 TSMC의 경우 ADR-본주 사이 전환이 사실상 원활하지 않아 ADR이 본주보다 최대 20% 이상 비싼 프리미엄이 지속되고 있다. ADR 상장을 통해 국내 본주 재평가(리레이팅)를 기대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차익거래 물량으로 인해 국내 본주는 물론,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10일 SK하이닉스는 ADR의 기업공개(IPO) 공모가격이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공모 물량은 1억7790만주로 SK하이닉스는 약 40조원(265억700만달러)을 조달하게 된다.

    기존 주가보다 가격이 인상된 '프리미엄 프라이싱'이다. ADR 1주는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데, 이를 환산하면 ADR 공모가는 전날 보통주 종가(218만6000원) 대비 2.9% 높다.

    국내 시장에선 이 프리미엄이 국내 본주로 얼마나 이어질 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9월 나스닥 100 등 주요 지수 편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라 본주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서 형성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국내 시장까지 이어지려면 ADR과 본주 사이에 차익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당 통로가 완전히 막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ADR 등록신고서(F-6)에서 총 발행 한도를 17억8000만주로 설정했다. 이를 고려한 추가 발행 한도는 ADR 16억주, 원주 기준 1억6000만주다. 프리미엄 발생 시 ADR을 추가 발행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씨티은행과 체결한 예탁계약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스스로 예탁 한도와 승인 여부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는 '회사'가 수시로 정하는 수준을 초과할 경우 예탁을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예탁기관은 언제든 주식 예탁에 앞서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다만 한국의 규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약상 승인 권한은 회사에 있지만,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회사의 전환 신청을 한국 금융당국이 어떤 주기로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줄지에 달린 문제에 가깝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는 회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신청을 모아 한꺼번에 예탁결제원에 등록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SK하이닉스가 이런 관행을 따를 경우 실시간 차익거래보다는 일정한 텀을 두고 가격 괴리가 좁혀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익거래가 지나치게 원활할 경우 국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ADR발 매도 물량이 국내 본주 수급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만 TSMC은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대만 본주를 예탁해 신규 ADR을 발행(본주→ADR)할 때 대만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반대로 ADR을 취소하고 대만 본주로 바꾸는 것은 자유롭다. 

    시장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방통행식 구조는 본주와 ADR 사이의 괴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TSMC ADR과 본주의 괴리율은 평균 3%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반도체가 각광받으며 이 괴리율이 20%까지 벌어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ADR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대만 증시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본주 가격이 ADR만큼 오르지 못한 것이다.

    대만 금융당국이 ADR 전환에 규제를 가하는 건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는 지적이다. 차익거래가 자유롭게 허용되면 해외 대형 기관이 대만 증시의 본주를 대규모로 매수해 ADR로 전환ㆍ매매할 유인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본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본주가 비싸지면 ADR을 본주로 전환해 투매하는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본주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미국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350조원, 대만 증시는 5조원으로 두 시장 사이의 유동성 차이는 대략 200배에 이른다. TSMC의 대만 증시 내 비중이 40%에 달하는 상황에서 차익거래가 자유롭게 풀리면 TSMC와 함께 대만 증시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안 그래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해 SK하이닉스 주가의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ADR 차익거래 수요까지 몰리면 지금보다 더 큰 변동성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본주와 ADR 사이 전환을 완전히 막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커스터디 주기ㆍ전환 수수료ㆍ금융당국과의 의견조율 등을 이유로 완충장치를 둘 가능성은 충분해보인다"며 "아직 이 부분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일단 기대감만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