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본주 8배 가격차에 액면분할 재점화…관건은 '시점'
입력 2026.07.13 10:27

최태원 회장 "요청 오면 검토"…시장선 '스탠스 변화' 해석
ADR 프리미엄 유지 속 본주 급락…프리미엄 수용 국면
신주 소화·정관변경 등 필요 "서둘러 처리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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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 액면분할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국내 보통주간 가격 격차가 8배 안팎으로 벌어지면서 당위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신주 소화, ADR 프리미엄 추이 등을 감안할 때 서두를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ADR 상장 이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의 액면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액면분할에 대해 "아직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그런 제안을 보고 받은 적은 없다"며 "요청이 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그룹 총수가 직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회사 스탠스가 바뀐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때만 해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액면분할에 대해 "거래량, 투자자 구성, 시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액면분할 논의 자체는 새롭지 않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2월 100만원을 돌파한 이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꾸준히 액면분할 요구가 나왔다. 액면 분할로 주가를 낮춰 투자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자본금이나 기업가치에 변화를 주지 않는 이벤트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 서둘러 나설 뚜렷한 유인은 없었다는 게 그간의 평가였다.

    그런데 나스닥 상장 이후 ADR과 국내 보통주간 가격 격차가 8배에 달하면서 액면분할 당위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DR 1주는 국내 보통주 0.1주로 설계됐다. 12일 종가 기준 ADR 1주는 168.01달러(한화 약 25만2000원)로 1주당 200만원 이상인 국내 보통주와는 차이가 크다. 국내 투자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문제는 실행 시점이다.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통상 분할 직후 일정 기간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경향이 있어 타이밍 선택이 까다롭다. 더욱이 SK하이닉스 주가는 ADR 상장 이후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8% 하락한 20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한 직후다. 신주 물량이 시장에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액면분할까지 겹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DR과 국내 보통주 간 차익거래를 위한 전환 방식이 논의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액면분할은 정관변경 사항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기주총 일정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ADR 신주 소화와 프리미엄 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 정기주주총회 즈음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DR은 프리미엄을 유지한 채 거래를 마쳤는데 국내 본주는 생각보다 많이 빠지고 있다"며 "결국 시장이 이 프리미엄 자체를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이벤트를 서둘러 처리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