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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형주 급락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가 겹치며 코스피 7000선이 무너졌다. 주가 하락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신용거래 관련 포지션 정리까지 이어지면서 낙폭이 빠르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장중 13% 이상 하락하며 지난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ADR(주가예탁증권)과의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지는 모양새였다. 외국인이 2조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낸 가운데, 코스피에서는 올해 35번째 사이드카에 이어 7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2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4.74포인트(8.08%) 하락한 6871.20을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되며, 코스피 주식과 관련 파생상품 거래가 20분간 중단된다.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다.
앞서 오전 10시34분에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보다 5.23% 하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매도 18회와 매수 17회를 합쳐 총 35회다. 지난해 연간 3회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는 유례없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13% 넘게 하락하며 190만원 선이 무너졌고, 삼성전자도 9% 이상 하락하며 2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SK스퀘어는 15%, 삼성전기는 17% 넘게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KB금융 등 일부 2차전지·금융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급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3조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2000억원, 57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이 받아냈지만 장중 낙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코스닥지수도 4% 넘게 하락하며 800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외국인이 34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상승 종목은 200개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하락 종목은 1500개를 넘어 체감 낙폭은 지수보다 컸다.
이날 반도체 투자심리를 흔든 직접적인 계기로는 SK하이닉스의 미국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차익실현이 꼽힌다.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나스닥에서 조건부 거래를 시작했고 이날부터 'SKHY' 티커로 정규 거래에 들어갔다. ADR은 공모가 149달러보다 약 13% 높은 가격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 국내 보통주 환산가격과 비교하면 약 16%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나 ADR 상장 기대가 현실화하자 국내 시장에서는 단기 재료가 소멸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여기에 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국내 본주가 급락하면서 지난 주말 ADR 종가를 기준으로 한 본주와의 가격 차이는 장중 25%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주말 사이 양측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주고받은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달러대로 약 4% 올랐다.
다만 일본 닛케이지수와 미국 주가지수 선물의 낙폭이 1% 안팎에 머문 점을 고려하면 중동 리스크만으로 코스피의 8%대 급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악재가 반도체 쏠림과 국내 레버리지 수급 구조를 만나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총 운용자산은 지난 9일 13조원에서 10일 1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KODEX·TIGER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4종에는 같은 기간 약 3200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에는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2185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ETF가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과 선물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신용·파생투자자의 반대매매까지 겹치면서 장중 수급 불안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코스피 사이드카가 24차례 발동됐다는 점도 최근 변동성과 레버리지 상품의 수급 구조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SK하이닉스 급락은 반도체 업황이나 중장기 이익 방향성이 훼손된 결과라기보다 ADR 상장이라는 단기 이벤트 소멸과 높아진 실적 기대치,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동시에 반영된 변동성 조정에 가깝다"며 "수급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ADR 프리미엄만을 근거로 추격 매수하기보다 변동성을 고려한 분할 접근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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