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방산주가 좀처럼 조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도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관심은 하반기 반등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3.21% 빠진 93만6000원에 마감됐다. 최근 3개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KAI)는 27%,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38%, 현대로템은 39% 떨어졌다.
국내 방산업의 장기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수주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데다, 최근 증시 자금이 반도체란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방산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간에 투자심리를 되돌릴 만한 신규 수주나 정책 모멘텀이 부족한 점도 주가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나토 정상회의가 다시 한번 투자심리를 자극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방산 수출 외교에 나선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 실제 이 대통령은 무기체계 연구부터 생산·운용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군용 함정 건조 협력 방안을 후속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 일정 기간 동안 국내 방산기업의 구체적인 이름이나 협력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한 증권사 방산 담당 연구원은 "나토 정상회의 전후로 투자심리가 한 차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오히려 튀르키예 등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국가들의 방산 협력이 부각됐다. 기대했던 이벤트가 무난하게 마무리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놓치게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수급도 방산주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다. 방산은 수주 기대감이 거론돼도 실제 계약 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다. 계약 과정에서 구매국의 정치·외교적 변수와 예산 집행 일정 등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이에 기관 입장에서는 이미 수주가 봇물인 산업군을 두고 방산 업체를 장기간 보유할 유인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는 반도체, 기판 등 강하게 쏘는 업종들이 있는 만큼, 수주 기대감이 계약으로 이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방산주 비중을 계속 가져갈 유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반등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낙폭이 과도했던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대형 해외 수주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 방산업 연구원은 "1분기에 실적이 생각보다 안 나왔지만 2분기는 나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확보한 대규모 수주 잔고가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종전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및 일시적 수주 공백 우려로 한국 방위산업 벨류에이션이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실제 계약"이라며 "하반기에 대형 해외 수주가 가시화된다면 주가도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방산주가 하루에 10% 안팎 급등하는 경우가 있지만 뚜렷한 재료보다는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한화그룹은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KAI 지분을 12%대로 늘렸고, 연내 15%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시점을 활용해 당초 계획했던 지분 매입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이왕 살 거면 쌀 때 사자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화그룹이 생각보다 빨리 지분을 늘려서 M&A 가능성에 시선이 가는데, 서두른 이유가 다른 것 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계획보다 빠르게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형 해외 수주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사업과 K9 자주포 추가 수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페루 사업과 K2 전차 추가 계약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인도네시아와 KF-21 전투기 수출을 협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항공우주의 전투기 수출이 가장 빨리 나올 수주로 점치기도 한다. 해당 계약들이 가시화되면 방산주의 투자심리를 되돌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