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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계 외화채권(KP·Korean Paper) 시장이 공기업 중심에서 일반기업과 증권사로 빠르게 저변을 넓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저금리 환경에서 발행했던 외화채 만기에 차환 수요가 커진 데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KP물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해외 조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KP물 만기 도래 규모는 650억3950만달러(97조7600억원)로 집계된다. 2024년 426억5480만달러(64조1100억원), 2025년 544억6950만달러(81조9100억원)를 웃도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팬데믹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 대거 발행했던 외화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다.
발행 주체도 한층 다양해졌다. 그동안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KP 시장의 최전선에서 조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이 외에도 공기업이 주로 발행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일반 기업과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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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있따라 글로벌 발행시장을 찾았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대한항공, SK온,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외화채 발행을 마쳤다. KT와 한국투자증권은 7월 자금 조달을 앞두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오는 8월 중 달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회사채 시장의 조달 부담이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원화채 조달금리도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일반 회사채는 민평금리와 가산금리가 모두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해외 달러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기업은 원화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외화채는 달러를 빌리고 원화로 갚은 구조인만큼 외화 유입 경로를 넓힐 수 있어 환율 안정과도 직결된다.
일반 기업의 발행 비중이 확대되는 점도 최근 한국물 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 발행사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이차전지와 방산, 플랫폼 기업 등으로 발행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관들 사이에서는 견조한 수요를 모으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SK하이닉스의 외화채 발행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해외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일반 기업의 한국물 발행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투자자 구성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에는 한국에 지점을 둔 중국계 은행을 비롯한 중국계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이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한국 크레딧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크레딧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해 달러채를 통한 조달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중국계 기관들이 예전보다 주문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한국물 발행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KP 발행은 통상 연초에 집중되는 계절성을 보이지만, 올해는 대규모 차환 수요와 해외 투자 확대, 정책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수요가 맞물리면서 연중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앞의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발행 속도는 크게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 발행 속도는 대규모 차환 이외에도 수출입은행 정부 보증채, 민간기업 해외 투자 확대 등 구조적인 자금 수요가 함께 늘어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