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들, 3500억달러 대미투자 인프라 자문 확대
입력 2026.07.14 10:19

美측 후보사업 제시하면 회계법인 등 선정해 타당성 검토
속도·보안 고려해 대형사에 비공개 제안…프로젝트별 선정
매년 수십건 후보 검토 전망…국내 회계펌 새 먹거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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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가 본격화하면서 기존에 없던 공공·인프라 투자 자문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측이 제시한 투자 후보 사업에 대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외부 자문사로 타당성 검토를 지원하는 구조로, 관련 자문을 수임하기 위한 회계법인들의 움직임도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한미전략투자 특별법을 시행하고 한미전략투자공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한미전략투자는 한미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추진되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다. 이 가운데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투자는 미국 측이 후보 사업을 제시하면 한국 정부가 사업성과 수익성 등을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에너지와 발전, 사회기반시설 등 인프라 투자 경험을 보유한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별 자문사를 선정하고 있다.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제안서를 받아 자문사를 정하고, 선정된 곳이 투자 후보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과 수익성 등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미국 측이 제시한 후보 사업은 총 4건으로 전해진다. 첫 번째 검토 대상은 미국 건설사가 추진하던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였다. 다만 해당 투자 건의 경우 타당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미국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이뤄지면서 검토가 중단됐다.

    나머지 3개 사업은 현재 타당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원전 관련 사업 등으로 성격과 투자 구조는 각각 다르지만 모두 에너지 분야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2개 사업은 삼일이, 1개 사업은 삼정이 각각 자문을 맡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인프라 자문 조직 사이에서는 한미전략투자 관련 자문이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분위기다. 기존 인프라 자문은 국내 민간 프로젝트나 해외 인프라 펀드의 개별 투자 검토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투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해외 투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특히 한미전략투자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년 후보 사업을 반복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구조다.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단계적으로 집행되는 구조인 만큼 향후 다수 후보 사업에 대한 검토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 주도 대미 투자 사업의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 요소로 꼽힌다. 사업 검토 경험을 쌓은 자문사는 향후 유사한 공공·해외 인프라 투자 자문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들 내부에서도 한미전략투자를 올해 인프라 자문 부문의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매년 수십 건의 후보 사업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인프라 부문에서는 가장 중요한 연례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반복적인 자문 수요가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통상 공공기관이 자문사를 선정할 때는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건은 속도와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감안해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자문사 풀을 정해 비딩을 진행하고 있다"며 "초기 사업을 누가 맡느냐가 향후 후속 프로젝트 수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회계법인들 입장에서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1호 대미 투자 사업을 확정해 국회에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투자 사업이 확정되면 이후 미국 측이 추가로 제시하는 후보 사업에 대해서도 타당성 검토와 자금조달 구조 분석 등의 자문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측이 제시하는 일부 사업이 초기 개발 단계이거나 현지 자금조달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자문 난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사업의 실행 가능성과 수익성, 회수 구조를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이 향후 수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니 미국 현지에서 민간 투자 조달이 어려운 사업들이 후보로 제시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모두 투자 부적격 사업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정책적 필요성과 별개로 상업성과 회수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