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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BNK금융지주·JB금융지주의 합병을 제안한 가운데 당장 시장의 반응은 시원찮다. 지방금융 존립이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낮은 지분율 및 지방금융 독과점 문제, 지역정서, 조직통합 리스크 등 실무적인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14일 BNK금융지주·JB금융지주의 합병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회사들이 직접 검토하긴 어려운 시장이고, 국가적 방향에도 맞다'고 설명했다.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알맹이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 구조, 정책 충돌, 지역정서, 조직 통합 리스크 등 실행 단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 대신 원론적 낙관론만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얼라인은 이날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합병 타당성 검토를 요청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자문기관을 통해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이다.
얼라인은 지방은행의 원화대출 점유율이 지난해 6%에 그친 반면 시중은행 점유율은 55.5%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은행 인가,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등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적 시도에도 시중은행 과점 체제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합병 시 총자산 234조원의 국내 최대 단일 지방금융지주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지표도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1.83%, 자기자본이익률(ROE) 12.8%, 영업경비율(CIR) 38.7% 등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다만 실제 합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얼라인의 JB금융 지분은 14.83%로 최대주주 삼양사와 비슷한 수준이고, BNK금융 지분율은 1%를 웃돈다. 이사회 표결이 진행되더라도 단일 주주가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는 구조다.
정책 방향과의 충돌도 걸림돌이다. 금융당국은 iM뱅크(옛 대구은행)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은행권 경쟁 촉진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JB-BNK 합병은 영·호남 지방금융의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허가권을 쥔 금융당국의 반대가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정서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얼라인은 이를 고려한 듯 전북·광주·부산·경남 4개 은행의 개별 법인과 브랜드를 유지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 경우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라인은 합병 시 비인건비가 10%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중복된 전산 시스템, 점포망, 관리 조직 등을 통합할 때다. 4개 은행이 법인·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국내 은행 합병 사례에서 나타난 조직 통합 부작용도 변수다. KB금융(국민은행+주택은행)은 통합 후 채널 갈등을 겪었고, 우리금융(상업은행+한일은행)은 최근까지도 동우회 통합 등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진행됐다.
얼라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없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개정 상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압박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이다. 지난해보다 뛰어나기 힘든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장 주주 제안이 주목받을 수 있는 타이밍을 고민했을거란 평가다.
게다가 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면 보유 지분의 평가이익으로 이어진다. 지난 2년사이 주주환원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다른 화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얼라인은 이미 상당한 차익을 확보했다. 2022년 JB금융 지분 14%를 주당 9000원, 총 2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4년여 지난 현재 JB금융 주가는 2만7350원으로 매입 단가 대비 세 배 넘게 뛰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엑싯(투자금 회수)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영향력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주주 서한 및 제안은 얼라인의 정당한 권리다. 다만 실행 단계의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는 원론적 낙관론에 가까운 답변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물음표를 남긴다.
이 대표는 "슬기로운 경영진이라면 합병을 자리 하나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공을 양사에 넘겼다.
시장은 판단을 유보한 모습이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 JB·BNK 양사 주가는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얼라인이 다음달 7일까지 검토 착수 여부 공개를 요청한 가운데 다음주부터 양사의 2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진다. 시장조차 반응하지 않은 '탁상 담론'에 두 회사가 답을 내놓을 '가치'를 느꼈을지가 금융권의 다음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