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나…'유동성 절벽'에 선 하이닉스
입력 2026.07.14 14:52

외국인 최근 20거래일 하이닉스 23조 순매도…고점 대비 40% 급락
예탁금 105조원대·신용융자 35조원대…반대매매에 개인 실탄 소진
"실적 눈높이 낮아져도 업황은 유효…수급 균형 회복까지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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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달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지만 곧바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 자체가 꺾였다기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받아내던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빠르게 소진됐기 때문이다. 

    실적 눈높이 조정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재료 소멸까지 겹친 가운데, 외국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국내 자금이 매물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주가 회복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14일 오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 대비 1% 안팎의 등락을 반복하며 6800선에서 약세를 보였다. 기관이 3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개인이 3조원가량을 순매도하면서 반등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SK하이닉스도 약보합세를 보이며 18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295만9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며 주가가 빠르게 밀렸다.

    최근 2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약 23조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순매도액도 15조50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넷째 주 코스피에서 21조원, 이달 첫째 주 21조40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둘째 주에도 4조3000억원을 추가로 팔았다. 

    문제는 외국인 매물을 받아온 국내 자금의 여력도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5조원대로 줄었고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35조원대로 내려왔다. 예탁금과 신용융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것은 신규 매수 자금뿐 아니라 기존 포지션을 유지할 여력도 줄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대매매 역시 반도체 대형주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주가 급락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신용 물량을 자발적으로 정리한 데다 담보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계좌의 강제매도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반대매매 금액은 1조1228억원으로 올해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4258억원의 주식이 강제 처분됐고, 지난 9일 하루에만 1422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주가 하락이 담보 부족과 강제매도로 이어지고, 다시 매물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증권사별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시각이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분산돼 있다는 점도 장중 변동성을 키운다. 장 초반 저가 매수로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강제청산 물량이 시차를 두고 출회되면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 이날 코스피 역시 오전 반등 이후 오후 약세로 돌아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확대도 수급 부담을 높였다. 하루 거래대금이 약 50조원인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거래대금이 24조~25조원,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15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본주 하락이 레버리지 상품의 포지션 조정으로 이어지면서 변동폭을 키우는 구조다.

    SK하이닉스 ADR과 국내 본주의 가격 괴리도 확대되고 있다. ADR의 본주 대비 프리미엄은 지난 10일 14.4%에서 상장 3거래일째인 이날 32.4%까지 높아졌다. 미국 시장에서는 ADR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본주는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 부담에 눌리고 있다는 의미다. ADR 수요가 곧바로 국내 본주의 매수세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도 단기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의 2분기 이익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제 이익 감소보다 컨센서스 하향 자체가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14일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0조7000억원에서 62조3000억원으로 12% 낮췄다.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 전망치를 각각 8%포인트, 5%포인트 하향했고, 2분기 설비투자 추정치는 14조2000억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20% 높였다. 이익 기대치는 낮아진 반면 투자 부담은 커진 셈이다.

    다만 실적 추정치 하향을 반도체 사이클의 종료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레버리지 ETF와 ADR 상장이 본주의 변동성을 키웠지만 이를 메모리 업황의 종료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됐다는 뚜렷한 신호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은 업황보다 시장 구조와 수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결국 주가 하락폭만 보면 저점에 가까워졌지만 재상승을 위해서는 훼손된 수급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코스피 6400선을 1차 지지 구간으로 보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만큼 외국인과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의 저가 매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시점까지 반대매매와 손절을 견디고 시장에 남아 있을 개인투자자가 얼마나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 하이닉스의 실적 우려를 통해 투자자들은 LTA(장기공급계약)의 양면성을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LTA는)예측 가능성과 리레이팅 내러티브(서사)를 얻는 대가로 호황기 이익의 상단을 깎아 보험료를 미리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어닝서프라이즈와 리레이팅 내러티브가 동시에 극대화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