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주담대 한도 축소에 난감해진 시중은행들…"따라가기도 부담"
입력 2026.07.15 07:00

가계대출 한도 남았는데 주담대 한도 축소
정치권 비판에 타 은행은 추가 한도 축소 '신중'
양종희 연임 앞두고 정책 기조 의식했단 관측도
타행 수요 이동 추이 및 금융당국 방침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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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낮추자 시중은행들은 조치의 강도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총량 관리 이상의 선제적 조치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연임 절차를 의식한 게 아니겠느냐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전국의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원칙적으로 최대 3억원으로 제한했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상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이후,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3억원까지 낮춘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은행권에서는 당초 국민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어선 탓에 강력한 제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아직 연간 관리 한도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부 은행이 이미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한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국민은행이 한도를 넘어 사실상 신규 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한도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출 가능 금액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은행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특정 은행의 취급액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전체 은행권 대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다른 시중은행들은 국민은행에서 이탈한 대출 수요가 자사로 유입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출 영업 측면에서는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연간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조기에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한도 안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대출을 취급하는 것도 은행의 영업"이라며 "국민은행이 한도를 줄였다고 해서 다른 은행들이 곧바로 같은 조치를 따라가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시점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국민은행의 대출 축소 조치는 지난 8일 KB금융이 전주에 금융타운을 개설하며 정부의 지역금융 활성화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인 시점과 맞물렸다. 대출이 실제로 급증해 즉각적인 제한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왜 이 시점에 강도 높은 조치를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러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가능성에 잇따라 경고음을 내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상징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현재 KB금융이 회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만큼, 국민은행이 정부·금융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조치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3일 "주택대출을 반토막 낸 국민은행은 차라리 'JM재명은행'으로 간판을 바꾸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지나치게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이같은 선제적 조치를 시행하는 데 있어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 이후 은행연합회를 통해 대출 한도와 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조치를 시행할 경우 사전에 협의할 것을 시중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개별 은행의 갑작스러운 대출 한도 축소가 실수요자의 혼란을 키우고,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를 이동시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대출 관리 한도를 넘어선 데 따라 올해 배정된 증가 한도가 줄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한도를 초과하면서 올해 대출 증가 한도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연말까지 계속되는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 대출 증가세가 안정되면 다시 조정할 수 있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또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며 CEO 선임절차와는 무관하다"고 부연했다.

    다른 은행들은 당장 국민은행의 조치를 따라가기보다 대출 수요 이동과 한도 소진 속도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은 원금 분할상환에 따라 매달 잔액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부분도 있어 연간 한도를 이미 넘었다고 하더라도 신규 취급을 조절하면 연말까지 관리 목표를 맞출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나 정책을 변경할 경우 사전에 공유해달라고 주문한 데다 정치권에서도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강도 높은 대출 억제책을 내놓기는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는 토로도 나온다. 

    개별 시중은행이 선제적으로 한도를 줄이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다른 은행의 움직임을 살피고, 금융당국이 제시할 관리 방향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에서 대출 수요가 대규모로 넘어온다면 추가적인 관리 수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라며 "아직은 한도를 곧바로 줄여야 할 만큼 수요가 이동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정치권의 비판까지 나온 상황에서 개별 은행이 먼저 강한 조치를 내놓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