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證이 키운 연금맨들, 한투·키움 등 경쟁사로…500조 시장 인력쟁탈전
입력 2026.07.15 07:00

House 동향
퇴직연금 500조 시대…인력 수요 급증
한투·키움, 미래 출신 잇단 영입
팀장·실무급까지 인력 이동 확산
실물이전 당시 은행권 러브콜과 닮은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력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500조원을 넘어서고 증권사들이 관련 조직을 잇달아 확대하면서다. 경쟁사들은 오랜 기간 퇴직연금 사업을 이끌어온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력을 임원부터 실무진까지 폭넓게 영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퇴직연금 사업 경험과 인력 풀이 가장 두꺼운 곳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경쟁력이 역설적으로 경쟁사들의 조직 확대를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의 최대 사업자인 동시에 관련 인력을 공급하는 일종의 '연금 사관학교'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퇴직연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인력 확보 경쟁의 배경이다.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0조원, 16.1% 증가했다.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다시 500조원 선을 돌파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전체 적립금의 54.3%를 차지하면서 확정급여형(DB) 중심이던 시장의 무게중심도 투자형 연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이 더 이상 법인과 장기 계약을 맺고 원리금보장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는 사업이 아니게 됐다. 법인영업과 제도 컨설팅은 물론 ETF·펀드 등 상품 공급, 가입자 수익률 관리, 모바일 플랫폼과 전산 운용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후발 사업자가 내부 인력을 처음부터 양성하기보다 기존 대형 사업자의 경력자를 데려와 조직 구축 기간을 단축하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시선은 미래에셋증권 출신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5일 기준 퇴직연금 51조5300억원과 개인연금 28조5800억원을 합해 연금자산 80조11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연금자산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인사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존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연금혁신본부로 개편하고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을 지낸 최종진 상무를 신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최 본부장은 2009년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사업단에 발령된 뒤 기업RM팀장과 연금본부장을 거친 업계 대표 연금 전문가다.

    최 본부장 영입 이후 실무진 보강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조경희 NH아문디자산운용 연금사업실장이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실장 역시 과거 미래에셋증권에서 법인 연금영업 경험을 쌓은 인물로,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법인 대상 DC·DB형 퇴직연금 영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최 본부장을 중심으로 기존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면,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 진입한 키움증권은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력을 사업 기반을 세우는 데 활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024년 퇴직연금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미래에셋증권에서 15년가량 연금사업을 담당한 표영대 상무를 영입했다. 표 상무는 미래에셋증권에서 퇴직연금솔루션팀과 연금관리팀, 연금서비스팀 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6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당초 TF 형태로 운영하던 연금 조직을 사업 개시에 맞춰 수십 명 규모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두 자릿수에 이르는 경력직을 외부에서 충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증권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했던 인사를 비롯해 복수의 미래에셋 출신 인력들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 보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법인 대상 퇴직연금 신규 유치와 기존 법인 관리 등을 담당할 주임~과장급 법인RM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앞서 연초에도 연금사업 기획·마케팅과 상품·컨설팅, 운용관리, 법인영업 등 연금사업 전반에 걸쳐 경력직을 모집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사례가 신규 퇴직연금 사업자의 인력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사업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품을 갖추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의 재무·인사 담당자를 상대로 장기간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DB에서 DC로 제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규약 변경과 임직원 교육, 상품 라인업 구성까지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팀장·차장급 실무진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임원급이 사업 방향을 설계하더라도 실제 법인 고객을 유치하고 계약을 관리하는 것은 실무급 인력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사업자 출신 팀장급 인사가 이동하면 기존에 함께 일하던 실무진에게도 이직 제안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시행을 앞두고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은행권이 미래에셋증권 출신 연금 인력에게 잇달아 러브콜을 보냈던 장면과 겹친다"며 "이번에는 증권사들이 연금 조직을 키우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에서 사업 경험과 법인 네트워크를 쌓은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