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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이를 추종하는 토큰화 상품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주식 거래보다 접근성이 큰 덕에 미국에선 이미 여러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출시조차 어렵다. 국내 대표주 관련 시장 주도권을 해외 사업자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온도파이낸스, 엑스스톡스, 백팩증권 등에서 SK하이닉스 ADR을 추종하는 토큰이 발행돼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파이낸스는 SKHYon, 엑스스톡스는 SKHYx, 백팩증권은 SKHY라는 이름으로 각각 토큰을 내놨다. ADR을 1대1로 담보 잡아 발행하는 구조로, 솔라나·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를 지원한다.
SK하이닉스 ADR이 지난 10일 성공적으로 거래를 시작하면서 관련 토큰 상품 또한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거래 시간이 정해진 유가증권과 달리 토큰은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소수점 단위 매수가 가능하고, 매매와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현재 국내에선 주식 거래만 가능하다. 아직 관련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라서다.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하위법규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같은 상장주식 토큰화는 더욱 장기전이 될 수 있다. 기존 부동산, 미술품 등의 조각투자와 달리 상장주식은 예탁결제원·증권사·거래소 등 기존 인프라 전체를 건드려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단계별 로드맵을 통한 점진적 접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이나 결제주기 단축은 기존 인프라를 손보는 정도지만, 토큰화는 새로운 판을 여는 문제"라며 "어차피 토큰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국내 증권사와 거래소가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사례처럼 국내가 주저하는 사이 해외 사업자가 먼저 치고 나가면, 나중에는 되찾아오기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토큰 발행으로 국내 시장 변동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출시된 SK하이닉스 ADR토큰은 ADR을 1대1로 담보한 비레버리지 상품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의 상품보다 위험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를 보면 SK하이닉스에 베팅하려는 자금이 쏟아지고 있는데, 실물자산을 1대1로 담보 잡은 비레버리지 토큰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종목이 SK하이닉스처럼 토큰화 즉시 관심을 받는 건 아니다. 주가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 토큰 상품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SK하이닉스 ADR 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 토큰들도 10% 이상 하락했다.
해당 토큰들은 발행사가 관여하지 않은 '제3자 발행'이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더욱 크다. 토큰 보유자는 SK하이닉스 주주명부에 등재되지 않고 의결권도 없다. 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 취할 뿐, 배당·의결권 같은 실질적 주주 권리는 담보를 보유한 발행사에 남는다. 토큰 가격이 흔들려도 투자자가 기댈 수 있는 건 발행사의 담보 관리와 상환 능력뿐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추진하는 STO는 설계 자체가 다르다.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직접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발행된 토큰증권에는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이 적용된다. 즉 국내에서 SK하이닉스 같은 상장주식이 토큰 형태로 발행된다면, 보유자는 배당·의결권 등 실제 주주 권리를 그대로 갖게 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기업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표 기업들의 주식을 토큰화,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구조"라며 "국내 대표 기업의 주식 익스포저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유통되기 시작하면 국내 브로커리지 경쟁력은 단순 수수료가 아니라 24시간 거래, 토큰화, 글로벌 유통 연결 경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