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동일인 지정 유예받았지만…공정위·국회 압박은 더 커진다
입력 2026.07.15 16:06

법원, 김범수 의장 동일인 지정 집행정지 일부 인용
본안소송 결과 나와야…"예상 손해 소명된 것일 뿐"
쿠팡 사태 통상 문제로 비화하며 정치권과 갈등 키워
부처·국회 압박 수위 높아져…사실상 '상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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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가운데,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거는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인용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쿠팡을 향한 규제 기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사실상 규제 위험(리스크)이 상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4일 공정위가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쿠팡의 동일인이 기존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될 경우 "쿠팡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이 소명됐다는 판단에서다. 집행정지를 해도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따라 김범석 의장은 자신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을 당분간 유예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앞서 공정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본안소송)을 제기했는데, 만약 법원이 이 소송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다면 김범석 의장은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친인척이 소유한 국내외 계열사의 주식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쿠팡은 이번 집행정지를 통해 당장의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 처분이 쿠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대한 법원의 공증(?)을 얻은 셈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동일인 지정에 대한 집행정지는 기업이 입을 손해가 소명됐는지에 따라 인용 여부가 갈리는데, 그만큼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후의 여파가 만만찮을 것이란 점을 법원이 인정했단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내부거래 등 공시 대상이 기존보다 많아지고, 사익편취 규제의 적용을 받는 거래가 늘어난다"며 "쿠팡이 공정위 처분 효력 정지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소명했을 것인데, 법원이 이를 100% 신뢰해서 집행정지가 나왔다기보단 쿠팡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본안 판결 전까지 효력을 잠정 보류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행정지가 본안소송에서 쿠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승소의 가능성이 없다면 집행정지 역시 인용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으나, 당초 집행정지 요건과 본안소송의 요건이 다른 만큼 쿠팡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는 공정위의 기존 처분을 아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안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법원에서 집행정지를 구태여 인용하지 않을 이유는 적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법원은 앞으로 공정위가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데 대한 세부 내용을 판단하게 되는데, 그사이 공정위 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면 향후 본안에서 쿠팡이 승소하더라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기업이 입었을 손실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집행정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쿠팡으로서는 집행정지가 달갑겠지만 본안 승소가 100% 보장된 것은 아니"라며 "공정위와 소송을 진행해 기업이 승소하기가 쉽진 않아 향후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안은 외국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집단이 향후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느냐는 통상 문제로도 번질 공산이 있어 법원에서도 본안 소송을 신중히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와 상관없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요건만 따졌다는 입장이나, 최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쿠팡 사태는 여전히 한·미 현안인 분위기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대응과 동일인 지정 반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쿠팡이 공정위를 비롯한 규제기관은 물론 정치권과의 갈등도 같이 키웠단 점이다. 올해만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소송 외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부과가 함께 진행됐고, 후반기 국회에서는 집단소송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대(對)정부 다툼이 심화하는 가운데 쿠팡 사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도 관전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