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과열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시장을 겨냥해 고강도 보완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라며 실효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 등 관계기관이 16일 발표한 이번 보완 방안은 거래량을 제어해 시장 변동성의 총량을 차단하겠다는 뚜렷한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마케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본질적인 문제는 특정 대형주 두 종목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코스피 지수 전체를 흔드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예탁금 진입장벽을 높여 수요 심리를 억누르는 방식은 증시 변동성 완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개인 투자자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자산 규모가 적은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차별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한 축이 광고 금지와 예수금 상향 같은 '수요 억제책'인데, 일정 자산 규모 이하의 투자자를 전면 배제하는 방향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반발만 커질 수 있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변동성 완화와도 거리가 멀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예탁금 상향과 함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매매수량 단위를 1주(좌)에서 20주로 확대하는 규제가 시장의 역설을 낳는다는 점이다. 규제안을 뜯어보면 기존보다 3배 많은 자금으로 거래 1번당 20배씩 돈을 더 쓰라는 구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큰 거래 단위에 더 많은 자금을 묶어둔 채 특정 두 종목만 집중 거래하라는 요구와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금 수요 분산을 유도하려고 한 당국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오히려 투자자 1인당 투자 규모를 강제로 키워 시장 변동성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특히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괴리율 규제와 매매단위 확대가 결합하며 발생할 증권사 LP(유동성공급자)의 헤지 리스크를 가장 우려한다. 당국은 LP의 종가 괴리율 기준을 기존 3%에서 2%로 낮췄다.
매매와 괴리율 관리를 하는 LP 데스크 입장에서는 매매단위가 20좌로 커진 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거래 단위가 커짐에 따라 일시 체결되는 거래 규모도 비대해지며 LP가 거래 체결 직후 해당 ETF의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거래 규모가 클수록 이 '헤지 시차(타임랙)'가 벌어지는 시기 LP가 노출되는 손실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은 타임랙의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면서도 "분명한 시정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용업계에서는 당국이 내건 변칙적인 페널티 구조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국은 LP가 괴리율 기준 미충족 시 실제 시장에서 호가를 대는 증권사가 아닌,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사에 신규 상품 상장을 제한하는 규제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내에서도 규제 실효성에 대한 비판론이 우세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자금 유입을 둔화시키는 착시 효과를 낼 순 있어도, 향후 반도체 주가가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얇아진 호가와 커진 베팅 규모가 맞물려 변동성을 걷잡을 수 없이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모이는 이른바 'F4 회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변동성을 제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