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뜨니 해외 LP들 국내 운용사에 러브콜…정작 일 맡길 운용역 품귀
입력 2026.07.21 07:00

해외 기관, 국내 로컬 운용사 위탁 확대에
운용사들 롱숏·마켓뉴트럴 경험자 확보전
즉시전력 PM 몸값 상승…직접 인재 발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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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해외 기관투자가(LP)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인력 확보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 자금을 유치한 운용사들이 롱숏 전략을 맡길 포트폴리오매니저(PM)를 찾고 있지만, 국내에서 관련 경험을 쌓은 인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사는 경력직 스카우트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직접 교육해 PM으로 육성하는 방식까지 도입하고 있다. 해외 LP 자금을 받기 위한 조직 확충이 운용사 채용의 새로운 배경으로 떠오른 셈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위탁운용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현지 운용사와 협업할 기회를 찾는 해외 기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해외 기관들이 직접 국내 종목을 발굴하고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는 비교적 정보 접근성이 높지만, 중소형주와 금융·지주사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면 현지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 탐방과 경영진 네트워크, 지배구조 분석 측면에서도 로컬 운용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대표적인 곳이 글로벌 헤지펀드 밀레니엄매니지먼트다. 밀레니엄은 국내 운용사인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 약 3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했다. 밀레니엄은 후속 출자를 위해 다른 국내 운용사들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인사이트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이 이와 같은 자금을 받아 운용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금도 한국 시장을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직접 운용할 만큼 충분한 리서치 인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며 "한국 종목을 잘 아는 로컬 하우스에 자금을 맡기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LP들이 요구하는 투자 방식이 국내 운용업계의 전통적인 운용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 운용 인력은 대부분 롱온리 펀드나 벤치마크(BM)를 기준으로 성과를 내는 상대수익형 상품을 다뤄왔다. 시장이 상승하면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코스피 등 기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글로벌 헤지펀드와 해외 기관들은 시장 방향과 관계없이 연간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형 전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롱 숏 포지션을 함께 운용하고, 페어트레이딩과 파생상품 헤지 등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단순히 유망 종목을 고르는 능력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롱숏 펀드를 운용했다고 해도 시장 상승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롱바이어스드 전략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해외 기관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넷 익스포저를 낮추고 손실을 통제해 본 운용역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운용역의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단 분석이 고개를 든다. 이에 일부 운용사들은 경력직 채용에서 나아가서 직접 인력을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롱숏 PM 빌드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2년간 리서치와 모의 투자, 운용 평가를 거쳐 애널리스트와 서브 PM, 독립 PM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PM 양성을 공식화하진 않지만, 모의투자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증시의 수급 환경도 맞물려 있다. 코스피는 한때 9000선을 넘어섰지만 최근 6000대로 밀려났다. 서킷브레이커만 7번째 발동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롱온리 전략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면서 수익을 쌓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증권사 PB센터에서도 롱숏과 마켓뉴트럴 등 절대수익형 상품의 판매 라인업을 넓히려는 분위기다.

    국내 기관의 수급 여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지수 상승기에 충분한 규모의 리밸런싱 매도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받아줄 여력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공제회 역시 국내 주식 운용 한도를 상당 부분 채운 상태로 전해진다.

    결국 추가 수급을 기대할 수 있는 주체는 개인과 외국인으로 좁혀진다. 그런데 개인투자자의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고객예탁금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외국인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증시 수급뿐 아니라 운용사 성장의 변수로도 떠오를 수 있단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종목 발굴 능력이 뛰어난 롱온리 운용역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시장 하락기에도 손실을 통제하며 절대수익을 낼 수 있는 PM이 필요한 시대"라며 "해외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운용사들의 인력 확보와 자체 육성 경쟁도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해외 LP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운용사들도 향후 수요에 대비해 우선 운용역 라인업부터 구축하자는 분위기"라며 "실력 있는 헤지펀드 운용역을 선제적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