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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당정이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추진 과정에서 업황 구조상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 불가피한 업종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목재·섬유처럼 만성적으로 PBR이 낮거나 건설처럼 업황 변동성이 큰 업종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태광산업이나 제약사 등은 완화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5일) 종가 기준 PBR이 0.8배 미만인 코스피 상장 기업은 510개로, 전체 803개 중 63.5%에 달했다. 이들은 현재 발의된 '주가누르기 방지법안' 상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꼼수를 막기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뜻한다. 현행법은 상속·증여일 전후 각 2개월간 종가 평균액을 상장주식 평가액으로 삼는다. 평균 주가가 낮을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구조 탓에 승계가 임박한 기업들이 주가를 낮게 관리한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의안이 계류 중이다. 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주식의 경우 시가 대신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액 하한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가가 아무리 낮아도 회사가 보유한 실질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취지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주가누르기 방지를 위한 상장주식 평가방법 개편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1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이 국회 상황 때문에 아직 입법되지 못한 것 같다"며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다만 정부는 PBR 기준과 평가액 하한 등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PBR 0.8배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종 구조상 저PBR이 불가피한 곳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세제당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PBR이 현저히 낮은 업종은 종이·목재(중간값 0.28배), 전기·가스(0.30배), 섬유·의류(0.36배), 비금속(0.37배), 금속(0.41배) 등이다.
최근 승계 관련 이슈로 주목받는 기업들과는 거리가 있다. 일례로 오너 3세의 승계가 예상되는 태광산업의 경우 PBR이 0.18배로 매우 낮다. 반면 회사가 속한 화학업종의 PBR 중간값은 0.62배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 중간값(0.56배)보다 높다.
이호진 전 회장이 보유한 태광산업 지분 29.48%(32만8230주)는 최근 2개월(5월16일~7월15일) 평균 종가(89만9098원) 기준 약 2951억원으로 평가된다. 이소영 의원안을 단순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1조2262억원으로 4배 이상 뛴다. 최고세율(50%)을 단순 적용할 경우 세액은 약 1476억원에서 약 6131억원으로 4655억원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누진공제·최대주주 할증평가 등을 뺀 단순 계산으로, 실제 세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CEO 승계가 이어지고 있는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제약·바이오 전반의 주가가 역대 최저점 수준에 머물면서 오너들의 주식 증여가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삼진제약 등이 최근 주식 증여 계획을 공시했다.
제약업종 PBR 중간값은 0.79배로 전체 업종 중 상위권에 속한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주가 부진의 수혜를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업종별 차등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지가 관심이다. 업종 평균 자체가 낮아 완화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같은 업종 내에서 유독 더 낮게 거래되는 기업까지 구제받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정 수준 예외 조항을 마련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속한 업종 평균보다 유독 더 낮게 거래되는 경우까지 예외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저PBR 기업 명단을 1차로 선정해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일정 기간 명단 공개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