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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이를 매입하는 NPL 전업투자사들도 하반기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기조도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NPL 매각 수요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NPL 전업사들은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며 늘어나는 매물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NPL 시장에서는 은행권 매각 물량 증가에 대비한 자금 조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와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맞물리면서 매각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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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16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7조7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부실채권을 지속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만큼 NPL 매각 규모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기업여신이 부실채권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전체 부실채권의 80.1%를 차지했다. 대부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이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졌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겹칠 경우 기업여신 중심의 부실채권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 상승에 대응해 부실채권을 조기에 처분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NPL 시장의 수급 구조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 등 다양한 투자기관이 NPL 매입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전업 투자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NPL 전업사가 전체 부실채권 매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68.6%에서 올해 1분기 말 90.3%까지 확대됐다. 반면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사 등 기타 기관의 비중은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규모 매각을 진행할 때 안정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전업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 주도권이 전업사로 집중되면서 이들의 자금 조달도 활발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하나에프앤아이(A+)는 하반기 가장 먼저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다. 1.5년물, 2년물, 3년물로 총 1500억원을 조달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1110억원으로, 차환과 함께 향후 투자 재원 확보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에프앤아이의 수요예측 결과는 다른 NPL 전업사들의 자금 조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 500억원 ▲대신에프앤아이 240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 1420억원 ▲키움에프앤아이 1040억원 등이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하나에프앤아이의 투자자 수요를 확인한 뒤 다른 전업사들도 회사채 시장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반기에도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NPL 공급 확대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국내 은행과 비은행권 모두 부실채권 매각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은행에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관련 상업용, 주거용 담보채권을 중심으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확대가 반드시 시장 참여자들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부실채권 물량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이를 소화해야 하는 전업사들의 자금 부담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조달 환경이 악화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투자 수익률 관리도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전업사들이 시장 대부분의 매입을 담당하고 있어 투자 여력이 시장 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며 "매각 물량 증가 속도가 자금 조달 속도를 앞지를 경우 입찰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요구수익률이 높아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