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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국내 보통주보다 20~30% 안팎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국내 증시 전반의 가격발견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초 유통되는 ADR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에 불과해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할증)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와 ADR 간 상호전환(펀저빌리티)이 제때 허용되지 않을 경우 대만 TSMC처럼 미국 시장에 프리미엄이 집중되는 동시에 코스피 전체가 저평가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23% 하락하며 176만4000원에 마감됐다. 지난 10일 나스닥 ADR 상장을 전후해 반등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이달 시작된 조정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ADR이 25~30% 안팎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가운데 원주가 170만원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경량 인공지능(AI) 모델 출시와 현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기업공개(IPO),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축소 가능성, 중동 지정학 불안 등 조정 배경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의 제한된 유통물량 때문에 글로벌 투자금이 ADR로 쏠리면서 원주의 수급을 약화시키며 반등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은 이번 공모를 위해 발행한 신주 대응 물량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발행주식 대비 약 2.5% 수준에 그치는 제한적인 공급 탓에 원주 대신 ADR에만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기관투자가는 "미국 나스닥 투자자금 규모가 비교도 안 되게 큰데, 유통되는 상품 수량은 수십분의 1인 구조이니 지금은 프리미엄이 ADR로 쏠릴 수밖에 없다"라며 "당초 이런 문제 때문에 NDR 과정에서부터 기관이 펀저빌리티 도입 문제를 주시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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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에선 이 같은 가격 괴리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주를 ADR로 자유롭게 전환하기 어렵다면 나스닥 내 유통물량 확대가 제한되는 동시에, 현지에서 형성된 프리미엄을 국내 시장으로 이전할 차익거래도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원주 역시 미국 투자자의 수요를 직접 흡수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동일한 경제적 권리를 지닌 증권임에도 ADR과 원주 가격이 따로 노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관투자가들이 더 우려하는 부분은 코스피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만큼 원주 가격이 구조적으로 할인될 경우 지수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ADR 프리미엄 만큼 원주 가치가 할인되면서 코스피도 저평가될 수 있다"라며 "지수 비중이 큰 삼성전자 등 다른 대형주도 패시브 자금 흐름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과거 대만 TSMC의 ADR 상장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대만 당국이 원주와 ADR 간 펀저빌리티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한때 TSMC ADR 가격이 원주의 두 배 수준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대만 거래당국은 TSMC 원주의 ADR 전환을 특별승인 대상으로 분류했고, 제한된 전환 기회 탓에 양 시장의 가격 괴리가 장기간 이어졌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TSMC는 원주의 ADR 전환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는 기회가 연간 손에 꼽을 정도로 제한됐던 사례"라며 "SK하이닉스가 ADR을 도입한 취지가 투자자 저변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에 있는 만큼, 과거 대만과 달리 원활한 펀저빌리티 제도가 국내에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결국 펀저빌리티 허용 구조나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펀저빌리티는 단순히 양 시장 간 차익거래를 허용하는 장치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형성된 SK하이닉스에 대한 프리미엄과 투자 수요를 국내 원주로 연결하는 통로로 비유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후속 제도로 평가된다. 당국이 신주 발행 방식의 ADR 상장을 허용하고 실제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원주와 ADR 간 자유로운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ADR 상장을 위해 발행한 신주 2.5%를 ADR 전체 유통 한도와 혼동하고도 있다. ADR 예탁기관 씨티은행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F-6 등록서류에 따르면 등록 가능한 ADR 물량은 약 17억8000만주로, 이번 공모를 통해 발행한 물량의 10배다. 최초 유통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할 뿐, ADR 유통 규모 자체가 이 수준으로 제한된 것은 아니다.
17억8000만주의 등록 한도는 향후 추가 신주 공모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유통 중인 구주가 ADR로 전환되는 경우까지 고려해 설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펀저빌리티를 통해 ADR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주식이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원주의 거래 형태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ADR 유통물량 증가를 추가 신주 발행이나 지분 희석 가능성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