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설로는 확장 한계…삼성바이오 해외 M&A 전략 성공할까
입력 2026.07.20 16:32

스위스 펩타이드 CDMO 2조7000억에 공개매수
최대주주 지분과 함께 잔여 지분 전량 확보 계획
김태한 사장 시절부터 펩타이드 인수·투자 검토
트랙레코드는 얻었지만 기업 수익성 개선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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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7000억원을 들여 스위스 소재의 펩타이드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한다. 그동안은 송도 설비를 확장해 수주를 늘리고, 이로 인해 유입된 현금을 다시 설비에 투입해 현금 창출 역량을 키워왔다. 이제는 항체 중심의 설비 확장에서 벗어나 해외 설비 확보나 신규 사업 진출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설' 중심의 기존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폴리펩타이드 그룹(PolyPeptide Group AG)의 주식 3301만6411주를 주당 44.31스위스프랑(CHF)에 취득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번 인수를 위해 현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사주를 제외한 상장 보통주 전량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폴리펩타이드의 최대주주인 드라우프니르 홀딩(Draupnir Holding B.V.)의 지분(55.65%)도 이번 공개매수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1월 30일 거래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최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공장 인수 절차도 마무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이 되지 않아 해외 기업 두 곳을 연달아 품게 됐다. 이는 국내 설비에만 자금을 쏟고, 배당 등은 진행하지 않으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던 기존의 기조와 달라진 모습이다. 쌓아둔 실탄으로 해외 설비 확보나 신규 사업 진출 등 해묵은 숙제를 적극적으로 해치우는 분위기다.

    신약 사업을 떼어내고, CDMO 기업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하는 등 다시 성과 입장 구간에 들어선 점이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꾸준한 설비투자를 통해 매년 2조원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 2조~3조원의 거래를 진행할 여력도 있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올해 1분기 기준 1조6529억원이고, 영업활동흐름은 지난해만 1조9535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앞서 송도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며 현금 유입에 속도가 붙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5공장을 비롯한 기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때마다 이런 현금 창출 역량은 더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최근 인수 절차를 마친 미국 공장이나 이번 펩타이드 공장 인수를 통해 해외 생산역량을 추가한 만큼 인수 후 통합(PMI) 과정만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항체 중심의 수주 역량 역시 신규 사업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현재의 공장 가동률로도 매년 2조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인 만큼 이번 인수는 기존 사업 영역을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에도 항체 외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고, 존 림 사장 역시 펩타이드와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중 펩타이드는 김태한 전 사장 시절부터 인수, 투자가 검토된 분야다.

    펩타이드 시장 진출 목적만 봤을 때에도 이번 인수는 '살만한 곳을 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폴리펩타이드는 일본 소재 펩타이드 CDMO 기업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부풀리며 업계 2위에 올랐던 기업이다. 현재 스위스의 바켐이 매출 규모나 고객 확보 측면에서 우위에 있으나, 상당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시중의 비만치료제 중에선 화학적인 방법으로 펩타이드를 생성하는 마운자로와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수주 방향도 이런 방식으로 생성되는 치료제를 노릴 공산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인수 이후 비만치료제 수주 성과를 얼마나 쌓을지가 관전 요소다. 펩타이드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유명 치료제가 펩타이드 기반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각광을 받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설비를 앞서 인수했고, 일라이 릴리도 기존 설비 투자를 확장하고 있어 향후 비만치료제가 인종별, 개인별로 수요가 다양해지면 폴리펩타이드와 같은 CDMO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통해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 폴리펩타이드를 통해 에피스넥스랩이 개발한 물질의 임상·상업생산을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 펩타이드 CDMO는 신약 개발 기업이 제조·생산까지 내재화한 사례가 많아 향후 에피스넥스랩이 후보물질을 도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기반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비만치료제의 특허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가격 인하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펩타이드 수주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통해 트랙레코드는 단번에 확보하게 됐으나, 기업 자체가 연간 기준 수년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이라 향후 이를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인수 후의 과제다.

    현재 폴리펩타이드는 화학 기반으로 펩타이드를 제조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세포 발현 형태의 펩타이드 생성 방식이 보다 유리하다. 대표 물질로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세포 발현 형태로 유럽 허가를 받았고,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는 화학 기반 방식을 활용한다. 향후 수주나 가격 전략을 짤 때 폴리펩타이드의 기존 연구개발(R&D) 방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향후 수년 내 국가별로 만료되는데, 이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 CDMO 업체로서도 적절한 가격 내 수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세포 발현 펩타이드가 화학 기반 방식보다 가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제조 비용이 적기 때문에 향후 수주 전략을 짜는 데 허들이 될 수 있고, 세포 발현 펩타이드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특허 공세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조 단위 현금 유입이 예상되나, 올해만 여러 건의 인수가 몰리면서 재무 부담 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미국 공장 인수를 마쳤고, 연내 인천 송도 6공장도 착공에 들어서야 한다. 오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기존의 투자 계획도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최근의 잇딴 해외 설비 인수와 제3바이오캠퍼스 계획도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