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현대해상 '호실적 전망'에도…증시·제도 덫에 걸린 펀더멘털
입력 2026.07.22 07:00

손보 '예실차 안정화' 주효…비급여 제도 수혜 지속가능성 '관건'
생보 '금리 상승·증시 랠리' 수혜…보험 본업 마진 개선은 '정체'
해약환급금준비금 '족쇄' 여전…호실적에도 '배당 가능성' 난망

  •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수익성 침체의 늪을 벗어날 전망이다. 2024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동안 지속된 실적 부진 구간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실질적인 펀더멘털 회복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화재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가치 부각에 비해 본업 수익성 개선세가 더디며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해상은 예실차(예정보험금과 실제보험금의 차이) 안정화를 통해 실적이 반등세에 접어들었지만 회계 제도상 배당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주요 5개 커버리지 보험사(삼성화재·생명, DB손해보험, 한화생명, 현대해상)의 올해 2분기 합산 순이익은 2조451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손해보험 3사의 합산 순이익이 1조5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어날 전망이다. 생명보험사 2곳의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어난 9165억원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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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손보업계의 실적 반등 요인은 보험손익 부문 호조다. 장기보험 부문에서 그간 실적 부진의 주범이었던 예실차 적자 폭이 삼성화재의 흑자 지속과 현대해상·DB손보의 적자 축소에 힘입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실손위험액 산출 기준 표준화 덕분에 실손 관련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 요인도 장기보험 손익 창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단기계약(PAA) 부문인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익 선방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일반보험은 지난해 발생했던 공장 화재 및 산불 등 대형 고액 사고 여파가 소멸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보험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차량 운행량 감소와 지난 2월 단행된 보험료 인상 효과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보업계는 손보사와 달리 본업과 투자손익의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2분기 합산 보험손익 전망치는 45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줄어들었으나, 같은 기간 투자손익이 약 80.4% 폭증해 전체 순이익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경상 이자·배당 수익이 안정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주식 시장 강세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FVPL) 평가이익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증권·자산운용 등 연결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투자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한화생명도 전년도 변액보험 헤지 비용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생보사를 중심으로 한 실적 성장은 보험업 본연의 성과가 아닌 투자손익을 비롯해 외부 보유 자산 가치 변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삼성 보험 계열사의 경우,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주당순자산(BVPS)은 급증했으나, 이는 자본총계를 확대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한계를 낳고 있다. 내년 삼성전자 특별배당 수혜(삼성생명 약 6조2000억원, 삼성화재 약 1조1000억원 유입 예상) 기대감으로 주가는 올랐지만, 본업인 보험 마진 개선세는 점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화생명 역시 FVPL 평가이익 수혜를 봤으나, CSM(보험계약마진) 상각 규모 축소와 예실차 악화로 인해 시장 변수에 이익 체력이 좌우되는 구조를 드러냈다.

    손보사를 중심으로 관측된 예실차 적자 폭 축소 역시 순수한 '체질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관측되는 예실차 적자 축소는 매년 1분기 경험조정을 통해 '예정보험금 증가율'을 올려 잡은 덕분에 생긴 '계리적 착시'라는 분석이다. 이는 미실현 이익인 CSM을 감축시키고 보험부채(BEL)를 늘려 잠재적 수익성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지출 보험금 통제' 추세가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손해율 가정 산정 시 '직전 5년 통계'를 활용하는 만큼, 의료 이용량이 급증했던 작년 하반기 손해율 증가 여파가 올 4분기 경험조정 결산 때까지 CSM 감축 압박 요인으로 잔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예실차와 손해율의 구조적 안정화 여부는 정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은 실손보험 적자의 요인이었던 '과잉 청구'를 제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해당 정책을 통해 10만원에 달했던 수가는 4만3850원까지 인하되며, 본인부담률은 95%까지 상향, 연간 치료 횟수는 15~24회로 제한된다.

    수가 인하 효과만으로 연간 약 8000억원 규모의 의료비 절감이 추정된다. 이는 3분기 결산부터 손보사들의 실제 지급보험금을 줄여 예실차 개선의 직접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다만, 과거 비급여 규제 시 반복됐던 체외충격파와 비급여 주사제 등 타 치료항목으로의 '풍선 효과'와 의료계의 우회 청구를 차단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의 장래 수익성은 보험사가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과거 정권별 비급여 의료 행위에 대한 규제를 살펴보면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부상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더라도, 이를 주주환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도 보험사 밸류에이션 상방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현행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제도 아래 발목이 묶인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 할인율이 상향되며 지급여력(킥스) 비율 관리 부담은 완화됐으나, 배당 가능 재원인 이익잉여금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은 뚜렷한 실적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3년째 주주 배당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양사 각각 생명·손해보험업종 타사 대비 높은 ROE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매년 수천억원씩 불어난 준비금이 배당가능이익을 집어 삼키면서 올해 결산 주당배당금(DPS)은 '0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물량 경쟁을 지양하고 마진 배수를 고려한 양질의 신계약 유입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 있어 구조적 걸림돌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보험금 지출 합리화나 건전성 지표 관련 규제 개선 등 정책적 방향성이 뚜렷해지면 수익성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