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축소·호가 확대’…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비용, 기존 투자자에 전가?
입력 2026.07.24 07:37

당국 소집 긴급회의서 상품성 악화 통한 수요 억제책 거론
ELW 규제처럼 상폐 대신 거래비용 높여 투자 수요 조절 검토
"호가 간격 확대땐 기존 투자자 부담…금융시장 선진화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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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공급자(LP) 수를 줄이고 매수·매도 호가 간격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 편의성과 상품성을 낮춰 신규 자금 유입을 막고, 10조원 안팎까지 불어난 시장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취지다. 과거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과열 당시 사용됐던 방식과 유사하지만, 호가 여건이 나빠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과 손실은 기존 투자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대형 운용사 실무진을 불러 추가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주요 방안은 상품별 LP 수를 줄이고 호가 스프레드를 확대하는 것이다. LP 간 경쟁을 줄이고 호가 간격을 넓혀 투자자의 매매 편의성을 떨어뜨리면 상품 매력도와 신규 수요도 함께 낮아질 것이란 계산이다. 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이나 다음 주 중 2차 회의를 열어 세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상장폐지나 레버리지 배율 축소보다 상품성을 낮추는 우회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대규모 포지션 정리에 따른 시장 충격이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이 약 10조원이고 상품들이 2배 수준의 익스포저를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시장 노출액은 약 20조원에 달한다.

    여당이 방안으로 거론한 레버리지 배율 1.5배 하향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운용 규모를 감안하면 약 5조원 규모의 포지션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상장폐지하거나 배율을 단기간에 낮추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돼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상품을 한꺼번에 없애기보다 거래 여건을 불편하게 만들어 자금이 서서히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과거 ELW 시장에 적용됐던 규제 방식과 닮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0년대 초 ELW 시장 과열에 대응해 기본예탁금을 도입하고 LP의 호가 제출 범위를 제한했다. 이후 거래 편의성과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시장 참여자와 거래대금도 빠르게 감소했다.

    당국으로서는 상품을 직접 상장폐지하지 않고도 LP와 호가 규제를 통해 시장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강제 청산에 따른 증시 충격을 피하면서 수요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허용한 정책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시장을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이미 10조원 안팎의 투자자 자금이 해당 상품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문제다. LP 수가 줄고 호가 스프레드가 넓어지면 투자자는 현재보다 비싼 가격에 사고 싼 가격에 팔 가능성이 커진다. 거래량이 줄거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도 커질 수 있다.

    전날 긴급회의에서도 이 같은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당국은 시장 안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부작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규모를 줄이기 위한 비용을 정책을 결정한 당국이 아닌 기존 투자자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존에 발표한 LP 관리 강화 방침과도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17일 LP의 호가 제공과 괴리율 관리가 미흡할 경우 해당 운용사의 신규 상품 상장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번에는 LP 수를 줄이고 호가 간격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용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LP 호가 품질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상품성까지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당시 금융상품 다양성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지만, 출시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규 상장을 막고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장 변동성의 근본 원인보다 상품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선물·옵션시장의 유동성 부족과 외국인의 현물·파생 연계 거래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대형주 수급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ETF 수요 억제에 집중하는 것은 근시안적 처방이라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LP 수를 줄이고 호가를 넓히면 신규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기존 투자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상품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요를 차단하는 규제를 반복하면 국내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신뢰와 정부의 금융시장 혁신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