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9월 블라인드펀드 출자 재개…'중형 리그' 부활 검토
입력 2026.07.24 13:51

기존 통합 경쟁서 미드캡·라지캡 분리로 선회
국민성장펀드에 주요 GP 펀딩 상당 부분 마쳐
라지캡 수요 줄면서 전체 출자 규모 축소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기관투자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중단했던 국내 사모펀드(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오는 9월 재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대형과 중형 운용사를 한데 묶어 평가했던 기존 통합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운용사 체급별로 출자 라운드를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주요 운용사들이 이미 펀드 결성을 상당 부분 마친 데다 신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인 대형 하우스도 많지 않아, 국민연금이 라지캡 출자 규모를 줄이고 중형 운용사 선정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일부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 국내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무 차원의 준비는 상당 부분 마무리됐으며, 현재 세부 출자 규모와 선정 방식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상반기 중 출자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정이 다소 늦춰지며 하반기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IO 자리가 공석인 만큼 대규모 출자사업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임 CIO 선임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출자사업에서는 운용사 체급별 리그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대형과 중형 운용사를 별도 리그로 나눠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공고에서 미드캡과 라지캡 부문이 구분될 경우 2020년 통합 경쟁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 약 6년 만에 체급별 리그제가 부활하는 셈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까지 라지캡과 미드캡, 특수상황 및 부실자산(SS&D) 등 펀드 규모와 전략에 따라 출자군을 나눠 운용사를 선정했다. 2020년부터는 체급별 리그를 없애고 운용사들이 필요한 출자 규모와 펀드 전략을 자율적으로 제안하도록 했다. 2024년 출자사업에서도 대형 운용사와 중견 운용사가 하나의 풀에서 경쟁했다. 

    대형 운용사들의 펀딩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리그제 부활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이 마무리되면서 주요 PEF 가운데 상당수가 정책자금을 확보했다. 일부 운용사는 이미 목표 결성액이나 최대한도(하드캡)에 근접해 국민연금의 추가 출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인 대형사들도 많지 않아 국민연금이 선택할 수 있는 라지캡 후보군 자체가 예년보다 좁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국민연금이 대형 운용사 몫을 줄이고 중형 운용사 중심으로 출자사업을 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체 출자 규모가 2024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대규모 정책자금이 이미 공급된 만큼, 국민연금이 별도로 예년 수준의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받은 운용사들은 하드캡 문제로 국민연금 자금을 추가로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국민연금은 대형보다는 중형 운용사에 출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주요 운용사들이 다른 출자사업을 통해 펀딩을 마치기 전에 자금을 집행하려는 LP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국민연금 출자 시점이 늦어질수록 실제 지원 가능한 운용사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24년 국내 PEF에 약 1조원을 출자한 뒤 지난해에는 정기 출자사업을 건너뛰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바이아웃 펀드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GP의 책임 범위, 투자기업의 부채 구조 등을 재점검한 영향으로 해석됐다. 이에 올해 출자사업에서는 기존 투자성과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사후 관리 역량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측은 "출자사업 공고 전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