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재산분할…SK실트론 지분 처분 주목
입력 2026.07.24 15:37|수정 2026.07.24 15:37

2심보다 줄었지만 1조원 가까운 재산분할 유지
"SK㈜ 주식 공동재산" 평가시점 2024년 4월
SK실트론 지분 처리·주식담보대출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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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앞선 2심의 1조3808억원보다는 줄었지만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기록은 유지했다. SK하이닉스 가치 상승에 따른 SK㈜ 주가 강세가 재산분할 규모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9년간 이어진 이혼소송의 종지부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최 회장 명의의 SK㈜ 주식 등은 그대로 보유하게 하고 노 관장의 몫 가운데 부족한 금액을 현금으로 채우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식이 SK그룹 경영권과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를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이번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은 SK㈜ 지분의 재산분할 대상 포함 여부와 주식 가치의 평가 시점이었다. 최근 반도체 호황과 AI 투자 기대감으로 SK㈜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평가 시점은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2024년 4월로 잡았다. 

    재판상 이혼 뒤 재산분할을 청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상장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언제든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법원은 이혼 확정 뒤 주식의 처분 여부에 따른 수익이나 손해를 양측이 나누지 않는다고 해서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현저히 어긋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노 관장의 가사·양육과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주식 가치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SK㈜ 주식은 혼인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공동재산으로 봤으며, 부부 모두 재산 형성과 가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늘었지만 노 관장의 가사·양육, 그룹 대외 활동도 이를 뒷받침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혼인 당시 양측의 보유 자산과 부부공동재산의 취득 경위,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혼인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부부공동재산의 상당 부분이 혼인 기간 중 형성·취득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부부공동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최 회장 보유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도 참작했다"며 "최 회장 보유 주식이 공동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 상승에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있었던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선고 후 최태원 회장 측은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되었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파기환송심 선고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최 회장 측이 주장한 ‘주식 평가 기점’은 2024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재산분할 비율이 유지되면서 재산분할 규모가 1조원 가까이로 유지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재원 마련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주식 가치가 최근에 크게 뛰면서 활용 여력도 커졌단 평이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SK실트론 개인 지분(29.4%)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SK㈜는 오는 31일 이사회에서 SK실트론 매각 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업계에서는 SK㈜가 두산과 매각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협상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회사가 보유한 지분 매각과는 별개로 최 회장의 개인 지분 처리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통상적인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실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 시점의 주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모두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 최종 의견을 밝혔다.

  • 9년간 이어진 이혼소송, 종지부 찍을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2017년 최 회장이 이혼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 관장이 2019년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2022년 12월 이혼과 함께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노 관장의 기여도를 크게 인정해 재산분할 규모를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고, 이는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로 기록됐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안을 제시했지만, 노 관장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혼 자체는 확정하면서도 재산분할 부분은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형성·증식 과정과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은 유지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해당 부분을 제외한 노 관장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에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졌고,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 규모만 다시 판단했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언제 파탄됐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꼽혀왔다. 최 회장 측은 2006년께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 측은 2011년부터 별거가 시작됐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최 회장 측은 사실상 오랜 기간 별거한 만큼 자산 형성의 실질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