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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DIP)을 조달하기 위해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유한책임에 기반한 사모펀드(PEF) 제도 아래선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보증 채무가 현실화할 경우 이를 펀드 자금으로 상환(reimbursement)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펀드 약정에는 운용사(GP)가 업무와 관련해 지는 부담을 펀드가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담긴다. 그러나 이번 보증은 업무와 직접 관계가 있거나 법적 의무가 있다기 보다는 GP와 개인의 판단에 따른 '신용공여'에 가깝다. 따라서 펀드 지원이 어렵고, 행여라도 특별 규약으로 개인에게 지원이 제공될 경우 다른 주주 또는 투자자들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6일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2000억원의 DIP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이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이달 초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했던 법원은 최소한의 운영자금이 확보됨에 따라 지난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DIP대출은 공익채권으로서 일반 회생채권보다 변제순위가 앞선다. 메리츠금융이 자금을 중간중간 회수하면 그만큼 MBK파트너스의 부담도 줄어든다. 그러나 현재 홈플러스 영업 상황을 감안하면 DIP대출을 변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공익채권자의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회생절차 개시 후 사재 출연, 연대보증, 외부 차입을 통한 운영자금 지원 등 4000억원을 홈플러스에 지원했다. 이번 보증까지 포함하면 6000억원이다. 모두 현금 부담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운용사와 개인 입장에서 가벼운 금액은 아니다.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펀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통상 PEF들은 출자자 약정(LPA·Limited Partnership Agreement)이나 계약을 통해 GP와 임직원을 보호하는 장치를 둔다. 면책·손해배상 보전(indemnification)이나 업무 비용 보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소송위험 등을 펀드에서 부담하는 구조다.
운용사 임원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진으로 가서 활동하던 중 피소를 당하면 펀드에서 소송 비용을 대주기도 한다. 임원배상책임보험(D&O)에 가입한 경우엔 기업이 변호사 관련 비용이나 합의금을 먼저 지급하면 보험에서 이를 보전한다. 투자 펀드에서는 D&O 보험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흔한 '표준조항'에 해당된다. 물론 고의나 중과실, 배임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다.
투자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펀드가 보전하기도 한다. 업무와 관련한 자문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펀드로부터 받을 수 있다. M&A 입찰에서 졌을 경우에도 펀드는 자문 비용 일부를 부담한다. 이 외에 시간이 촉박한 후속 투자를 해야 할 때 GP가 먼저 대금을 내고 차후 펀드에 자금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LPA는 GP와 LP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외부에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MBK파트너스 역시 유수의 글로벌 큰손 투자자 자금을 받기 때문에 업계의 표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수준의 업무 비용에 대해선 보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경우와 같은 '보증'이 펀드의 지원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은 애매한 상황이다.
PEF 거래에선 운용사와 포트폴리오 사이에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완충지를 둔다. SPC가 각종 계약과 분쟁의 당사자가 되고, 책임도 SPC가 가지는 재산 안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GP와 소속 임원이 책임의 전면에 서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직접 보증인으로 나섰다. 통상 투자 과정에서 보증이 필요할 경우 개인이나 GP보다는 펀드나 SPC가 나선다는 점만 놓고 보면 보면 이례적이다.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유사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핵심은 이번 보증이 투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의 펀드는 홈플러스 투자에선 이미 지분출자금(Equity)을 날렸다. 회생절차에 돌입했으니 GP의 통상적인 투자관리 범위도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보증은 투자 활동에 부수하는 법률행위라기 보다는 펀드 밖에서 별도로 이뤄진 신용공여에 가깝다. LP들이 지원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 PEF 전문 변호사는 "GP가 업무와 관련해 쓴 비용이 있으면 펀드 자금 안에서 보전해주기도 한다"면서도 "이번 보증은 이미 투자에 실패한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외부 압박에 밀려 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투자하면서 3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했는데, 이 펀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증 지원 규정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펀드로부터 돈을 받기는 어렵다.
김병주 회장은 GP의 수장이긴 하지만 홈플러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를 감안하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행여 별도 조항을 통해 김 회장 개인 보증에 대해 펀드의 자금이 사용될 경우는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가 운용사(GP) 최대주주라고 해도 GP 회사 자금을 쓴다면 다른 주주나 임직원 지분 보유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운용사가 아닌, 펀드 자금(LP 자금)을 사용한다면 펀드 규약(LPA)이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런 경우 주주나 투자자에게 불리해지는 만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한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홈플러스 투자 펀드는 사실상 종료 단계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존 LP가 추가로 돈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원론적으로 펀드 투자 활동과 직접 관련된 보증이면 펀드가 부담하거나 비용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번 건은 김병주 회장의 개인 보증에 가깝기에 별도 문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이번 보증은 MBK파트너스의 보증도 있으나 사실상 김병주 회장 개인 보증이다"며 "개인 보증에 대해 펀드가 자금을 지원해줄 일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자문비용이나 소송 등은 결국 관리보수에서 나가야 하지만 2021년 이후로 받지 않고 있고 총액도 100억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