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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가 100억달러 규모 AI 프로젝트를 위해 '에쿼티(지분 투자)+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자금조달 공식을 꺼내 들었다. 엔비디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전략적 주주가 되고, 브룩필드는 최대 90억달러 규모 인프라 금융을 담당한다. 수십조원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보유하기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장기 인프라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AI 인프라에도 대형 발전소나 도로 사업에서 활용되던 프로젝트 금융 기법이 본격 적용되는 모습이다.
27일 네이버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약 1조4809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엔비디아는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네이버 신주 724만여주를 인수하며 지분 4.5%를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는 같은 날 브룩필드와 최대 90억달러 규모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한 협력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두 계약은 사실상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여 있다. 공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투자금 납입은 네이버가 유상증자 자금을 제외하고 최소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략적 투자자를 먼저 유치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금융이 먼저 확보돼야 지분투자도 마무리되는 구조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를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전형적인 PF 구조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략적 지분투자로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브룩필드가 장기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발전소나 도로, 항만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처럼 자기자본과 외부 금융을 결합하는 프로젝트 금융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GPU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네이버는 이를 장기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자산을 직접 대규모로 보유하기보다 외부 자본이 조성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모델을 선택한 셈이다.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운영비 성격의 장기 사용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브룩필드는 GPU 담당, 엔비디아는 기업 성장 담당을 맡아 스마트 팩토리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의 투자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GPU 판매에 집중했던 엔비디아는 최근 AI 인프라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어위브(CoreWeave), 네비우스(Nebius) 등 AI 클라우드 사업자에 지분을 투자했고,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금융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PU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인프라 구축 단계부터 자본을 투입해 장기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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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네이버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단순 AI 서비스 기업을 넘어 AI 컴퓨팅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세종 AI 팩토리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200MW,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확보한 GPU와 컴퓨팅 자원은 자체 AI 서비스뿐 아니라 국내외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멀티테넌트 AI 클라우드 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AI 인프라를 새로운 투자 자산군으로 바라보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는 부동산 투자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인프라는 장기 컴퓨팅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인프라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블랙스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블랙록은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와 함께 AI 인프라 투자 플랫폼을 조성했다. 국내에서도 KKR이 SK브로드밴드와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관자금이 AI 인프라 시장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AI 산업의 경쟁력도 GPU 확보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AIDC 구축에는 수십조원 규모의 장기 자금이 필요한 만큼 SI와 인프라 금융을 결합한 프로젝트 금융 방식이 점차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장기 자금이 필요한 대표적인 인프라 자산"이라며 "연기금이나 금융지주들이 생산적금융 투자 대상으로도 검토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